지난 4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주민 600만 명에게 절수명령을 내렸다. 22년째 지속되는 가뭄 때문이다.

인도 중부지방의 지난달 평균 최고기온은 37.8도로, 1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돌발가뭄'이라는 말도 등장했는데, 이는 '돌발홍수'처럼 기습적으로 닥쳐 며칠이나 몇 주 만에 토양을 메마르게 만드는 가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년간 10회 정도 발생했으며 그야말로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뭄'을 말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곳이 바로 강원 영동지역이다.

이 지역은 지형적 특성에 따라 바람이 산을 타고 넘어 내려갈 때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낮아지는 푄(Fohn) 현상이 나타나는 곳으로, 봄철 양간지풍(양양~간성 사이의 바람)이 불 때 가뭄을 심하게 겪곤 한다.

특히 2018년 속초시에서는 하루 1만ㅅ이 넘는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등 주민들의 용수 생존권까지 위협받은 사례도 있다.

더욱이, 강원 영동지역은 주로 하천에서 용수를 취수하는 상황이라 물 확보량이 적고, 지자체 간 연계되는 관로 시설도 없어 지역 간 요금 격차도 큰 편이다.

강원도 지역수자원관리계획(2021~2030)에 따르면 2030년 기준으로 과거 최대수준의 가뭄이 일어날 경우 하루 평균 약 4만ㅅ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15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기에, 국가적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강원 영동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용 가능한 수원(水源)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동시에 관로를 현대화하고 통합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양방향 전략을 통해 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먼저, 하천에서 물을 취수하는 방식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용수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강원 고성군의 경우 지하수저류지를 건설하면 하루 평균 3만t의 물을 확보할 수 있으며, 속초시는 수도 관정을 추가로 연결하면 극한 가뭄에 활용 가능한 취수원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외에 소규모 다용도저수지를 설치한다면 속초, 양양, 강릉, 삼척 지역의 경우 가뭄, 산불 등 자연재해에 보다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관로를 정비하고 운영시스템을 개선해 물 낭비를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기존의 노후 수도관로를 현대화 사업을 통해 정비한다면 강원 영동지역 5개 시·군에서 하루 약 2만t의 물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강원지역 내 관로간 비상연계망을 구축하면 불균등한 공급체계가 개선되는 한편, 전역의 용수공급시스템을 통합관리 할 수 있다.

아울러 통합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 하천의 수량·수질·수생태 등의 지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영동지방 각 지역의 수요에 맞는 유량을 분배한다면 하천 건강성 회복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이 충분한 물복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변화의 흐름은 점차 빠르게 거세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자연재해 피해도 매년 늘어가는 추세다.

국민적 관심과 노력을 통해 재해를 예방하고 주민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기다.

특히 가뭄에 취약한 강원 영동지역은 사용 가능한 수원을 추가로 확보하고 지역간 시설 연계망을 구축·통합해 관리하는 양방향 계획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물복지에 있어서 만큼은 소외 받는 지역이 없는 공정한 사회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신 K-water 한강사업계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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