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순방 직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연합훈련 확대, 전략자산 적시 전개 등이 합의되자 고강도 도발로 무력시위에 나섰다는 평가다.

특히 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처음으로 섞어 쏘면서 한미 미사일 방어망의 무력화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미사일은 모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응해 확장억제 실행력의 실질적인 조치를 이행하라고 지시했고, 군과 주한미군은 연합 지대지 탄도미사일 실사격을 하는 등 4년 10개월 만에 공동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또 미국 등과 긴밀 공조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합참은 북한이 이날 오전 6시, 6시 37분, 6시 42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총 3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뒤 워싱턴DC에 도착하기 2시간 전이다.

가장 먼저 발사된 건 ICBM 추정 탄도미사일로, 비행거리 약 360㎞, 고도 약 540㎞, 속도 마하 8.9로 탐지됐다.

군 당국은 지난 3월 한차례 실패한 적이 있는 신형 ICBM인 화성-17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단 추진체 연소가 일정 수준 이뤄졌고 단 분리도 이뤄진 것으로 군은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고도는 북한이 지난 2∼3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이라고 주장하며 쐈던 두 차례 ICBM과 유사해 이번에도 정찰위성 목적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2, 3번째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종말 단계에서 ‘풀업’(상하기동) 변칙 비행 특성도 보였다.

두 번째 미사일은 고도 약 20㎞에서 우리 탐지자산으로부터 소실됐다고 합참은 전해 ‘실패’로 추정된다. 세 번째 탄도미사일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보이며, 비행거리 약 760㎞, 고도 약 60㎞, 속도 마하 6.6으로 탐지됐다. 북한이 정상적인 발사 시 미 본토를 겨냥하는 ICBM과 남한 및 주일미군 기지를 사정권으로 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섞어 쏘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한일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확장억제 전력에 ‘핵’을 명시하고 북한 핵 공격에 대응하는 연합훈련과 미측 전략자산 적시 전개를 논의하기로 한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김재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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