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의 선택을 받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그는 인구 1천356만 명을 자랑하는 전국 최대 지방정부 경기도의 선장이 됐다. 민선 8기 김동연호(號)를 이끌게 된 김 당선인은 교통·주거·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경기 찬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열한 살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하며 소년 가장의 삶을 살아온 김 당선인. 그는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과 천막집을 전전하며 가난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고 자랐다.
34년 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정직이란 미덕을 한 번도 잃어본 적 없었고, 수십억에 달하는 전관예우의 달콤한 유혹을 거절한 그는 그 누구보다 청렴함을 강조한다.
그런 김 당선인의 좌우명은. ‘필신기독(必愼其獨)’, ‘반드시 혼자 있을 때 삼가라’는 뜻이다.
김 당선인은 지난 2013년 백혈병 투병 중 먼저 세상을 떠난 첫째 아들과 함께 살았던 경기도를 그 무엇보다 기회가 넘치고 공정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소년 가장, 흙수저라는 말로도 부족했던 어린 시절= 김동연 당선인은 1957년 충청북도 음성군 금왕읍 무극리에서 태어나 어릴 때 가족들과 서울로 이주했다. 그는 11살이 되던 해 사업가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생계를 위해 소년 가장이 됐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으로 이주했으나, 이마저도 도시정비 사업으로 모두 헐리면서 당시 경기도 광주 대단지로 강제 이주돼 한동안 천막생활을 했다.
가세가 기울어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탓에 어머니는 채석장에서 일하고 산에서 캔 나물을 파는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만 했다. 맏아들인 김동연은 가난한 집안 사정을 고려해 덕수상업고등학교로 진학, 만 17세 나이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한국신탁은행에 입사했다. 외할머니와 어머니, 세 동생까지 부양해야 했던 소년 가장은 어렵게 공부하고 일찍 직장 생활을 시작한 탓인지 남들보다 빨리 철이 들었다.
◇‘낮에는 은행원, 밤에는 대학생’ 주경야독의 삶= 가정형편상 고등학교 졸업 전에 당시 많은 이들이 선망하던 직장인 은행의 취직시험을 봤다. 합격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손뼉을 치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은 이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김 당선인은 어려운 입행시험을 합격하고 잠시 우쭐했으나 ‘고졸 출신’이란 현실에 부딪혔다. 대학에 가지 못한 열등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괴로웠던 그는 직장생활과 대학입시 준비를 병행한 끝에 야간대학에 진학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공부에 전념하고 싶었으나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있는 탓에 직장을 그만둘 순 없었다. 낮에는 은행원, 밤에는 대학생이던 청년 김동연은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행복했다고 말한다. 7년 8개월 간 근무한 직장에서 마음씨 착한 아내, 정우영씨를 만났다.
◇‘사회 변화에 대한 기여’를 신조로 삼은 공직생활= 1982년 만 스물다섯의 나이로 제26회 행정고시와 제6회 입법고시에 합격했다. 다음 해 행정공무원으로는 총무처(현 행정안전부)와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입법공무원으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입법조사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학벌과 관련한 편견 때문에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에 있는 미시간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3년 9개월 만에 공공정책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다시 복귀해 34년의 공직생활 동안 ‘사회 변화에 대한 기여’를 신조로 경제와 사회문제 해결에 소신 있게 임했다. 2002년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을 지냈고,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기획단장과 재정정책기획관 등을 역임하면서 최초 국가 장기 발전전략인 ‘비전 2030’을 수립했다.
◇학생들에게서 아들의 모습을 찾은 아주대 총장=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2년 1개월 간 투병 생활을 하던 큰 아들이 2013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발인을 마친 날도 사무실로 출근해 ‘원전비리 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했던 김 당선인은 훗날 직원들에게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기도 하고 심장에 큰 구멍이 난 것 같다"고 했다. 2014년 7월 국무조정실장직에서 물러나며 관료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는 다음 해 2월 제15대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파란학기제(도전학기제)’, 해외연수 장학금 제도 ‘애프터유(After You)’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재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김 당선인은 학생들과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보낸 것이 오래 함께하지 못한 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인지 모른다고 했다. 또 총장 취임은 ‘자기 찬스’로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 도전을 겁내지 않고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바람이 담겨 있기도 했다.
◇경제부총리를 거쳐 2022년 선출직 공무원으로= 아주대 총장 시절인 2017년 5월, 청와대로부터 경제부총리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공직에 대한 생각을 접었던 터라 완곡히 사양했으나 거듭된 요청에 결국 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아는 바는 없었지만, 큰 방향에서 가치와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전 2030’ 보고서를 캠프에서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 수락 이유 중 하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달라는 요청에 가슴이 벅찼다. 경제부총리 재임 중 3%대 성장률을 회복했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했다. 대외적으로도 한·중 통화스왑을 연장시키고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막는 등 경제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2018년 8월, 7월의 고용지표 통계 발표 직후 고용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로 사의를 표했다.
평생 공직에서 일한 사람은 사회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경기도부터 새롭게 바꾸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었다는 김동연 당선인. 그는 앞으로 4년 간 도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신연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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