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 물이 빠지자 데크 교각이 앙상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진=김두현기자
산정호수 물이 빠지자 데크 교각이 앙상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진=김두현기자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포천 산정호수가 말라가고 있다.

산정호수는 주변 풍광이 뛰어나 매년 15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가뭄이 장기화되고 농업용수 사용으로 산정호수의 물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관광객 수도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담수율은 60여%로 아직까지는 버틸만하지만 가뭄이 지속되면 지난 2017년 가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7일 포천시와 한국농어촌공사, 상인 등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도비와 시비 98억 원을 들여 1단계 산정호수 대체수원공개발사업을 완공했다. 이로 인해 한탄강 물을 끌어들여 영북면 자일리 벌판 220여㏊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영북면 문암리, 운천5리, 산정리 농지 등에는 한탄강 물을 끌어올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산정호수 물을 흘려보내 농업용수로 사용해야 하는 형편에 놓여 있다. 가물지 않을 때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금처럼 가뭄이 심해지면 담수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바닥을 보이는 것은 순식간이다. 현재도 매일 수백t의 물이 방류되고 있고 벌써 지난 한 달 사이 4m가량 수위가 낮아져 상류에는 이미 흉물스럽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상류 주변 식당가들은 한숨만 쉬고있다. 수변데크도 교각만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다.
 

산정호수 물이 하루 수백t씩 농업용수로 방류되는 모습. 사진=김두현기자
산정호수 물이 하루 수백t씩 농업용수로 방류되는 모습. 사진=김두현기자

이대로라면 2017년 가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2017년에는 심한 가뭄에다 산정호수 대체수원공개발사업까지 지연되면서 담수율이 17%까지 떨어져 산정호수가 바닥을 거의 드러내 상인들은 문을 닫는 큰 충격을 겪은 바 있다.

앞으로가 문제다. 산정호수 담수율이 40% 이하로 떨어지면 일반 관정(30m 이하)을 뚫어도 물이 나오지 않아 막대한 돈을 들여 80여m 이상 뚫는 대공 공사를 해야 한다. 그러면 식당은 거의 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2단계 산정호수 대체수원공개발사업은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상인 A씨는 "산정호수 담수율은 매상과도 직결된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호수와 어우러지는 풍광을 보기 위해 왔는데 물이 줄어들면 그 소문이 SNS에 돌면서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든다"면서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산정호수 수원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관광도 중요하지만, 농사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비가 오기를 바라는 것 밖에 없다"며 "2단계 대체수원공개발사업이 조속히 시행돼야 근원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도 "한탄강 물을 직접 끌어오는 한해대책을 세워놓고는 있지만, 실현 여부에 대해서는 예산문제가 있어 장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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