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작가, 시인·수필가로 활약… 차곡자곡 모아둔 문화책 기증
이달까지 선경도서관서 전시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사진은 전시장에서 시집에 대한 소개를 하는 모습. 김유진기자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사진은 전시장에서 시집에 대한 소개를 하는 모습. 김유진기자

전자기기 발달로 우리 사회와 문학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머리 하얀 노인마저 스마트폰으로 ‘맞고’를 치는 세상. 잔디밭에 누워 독서를 하던 시절은 이젠 구시대의 산물이다. 이렇듯 생기를 찾아볼 수 없는 독서의 숲에서 활짝 핀 꽃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7일 ‘책’을 사랑하고 ‘시’를 즐기는 김훈동 작가를 만나 그의 전시회 ‘홀림, 떨림, 울림’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사진은 전시장에서 시집에 대한 소개를 하는 모습. 김유진기자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사진은 전시장에서 시집에 대한 소개를 하는 모습. 김유진기자

"책을 보고 쓰는 재미로 살아왔어요. 어떻게 보면 책은 저의 스승님이에요."

수필가이자 시인이며 칼럼니스트인 김훈동 작가와 책은 젓가락 한 쌍처럼 늘 붙어 다녔다.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김유진기자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김유진기자

책을 향한 열정을 비칠 때마다 그의 눈빛은 어린 소년처럼 빛나 듣는 이의 가슴마저 설레게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중고 서점을 다니면서 책을 모았고 소중히 간직했다. 그렇게 모은 책들 중 일부는 선경도서관에 기증했고 전시회로 만났다. 아깝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이번 전시회로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 ‘울림’이라는 것은 메아리치듯이 반응이 있다는 거예요. 시를 쓰면 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 공감을 주며 깊은 ‘울림’을 주는 겁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시는 울림이고 떨림이며 동시에 흘리는 것이에요."

김훈동 작가에게 있어 문학이란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다. 이 ‘울림’을 독자들에게 공유하고자 기획부터 전시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더 많은 책을 보여주고 기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모습에선 문학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

책에 치여 이사를 못 갈 정도로 평생을 사랑해 온 김훈동 작가에게 가장 특별한 작품은 어떤 것일까도 궁금했다.

"지난 2년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 사이에 틈이 생겼어요. 그때 만든 시집인 ‘틈이 날 살렸다’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성벽에도 돌바닥에도 틈이 있어 자유롭잖아요? 사람들 사이도 마찬가지예요. 코로나로 틈이 생긴 것이 어쩌면 우리를 지켜주는 존재였을지도 몰라요."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김유진기자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김유진기자

그는 코로나19로 지친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 생긴 ‘거리’를 ‘틈’으로 빗대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어쩌면 김 작가에게 있어 ‘시’란 혼란한 세상을 굳건하게 이겨낼 수 있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관점 덕분일까, 그의 문학 인생에 있어 슬럼프는 존재하지 않았다.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김유진기자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김유진기자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스스로 자극을 준다면 슬럼프에 빠지지 않아요. 항상 서점에 살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사버렸어요. 때론 친구들이 그 많은 책을 언제 다 읽냐며 핀잔을 줬는데 그때마다 웃으면서 ‘너희들은 식당에 가면 밥상에 있는 거 다 먹냐?’라며 되받아쳤어요."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사진은 전시장에서 시집에 대한 소개를 하는 모습. 김유진기자
김훈동 시인이 오는 30일까지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서 소장 시집 전시 ‘홀림 떨림 울림’을 진행한다. 사진은 전시장에서 시집에 대한 소개를 하는 모습. 김유진기자

김훈동 작가는 책을 ‘정신의 양식’으로 칭했다. 그에게 있어 음식이 육체의 양식이라면 책은 혼탁한 정신을 맑게 해주는 존재였다. 문학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김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정신의 양식’을 나눌 것이다. 이토록 사랑하는 책들을 독자들에게 선물처럼 안겨준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한편 ‘홀림, 떨림, 울림’ 전시회는 선경도서관 1층 중앙홀에서 오는 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안형철기자·은즈믄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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