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사 선원

금정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천500년 전인 신라 진흥왕(240~576) 때 창건되었으며, 창건 당시에는 고상사(高上寺)라고 불렸으나, 안타깝게도 이와 관련하여 전해지는 기록은 없다.

이후 별다른 흥성을 이루지 못한 채 방치되던 것을 인조 5년(1627) 양주 곡촌리에 있던 흥경원(興慶園, 당시 정원대원군의 묘)을 어머니(당시 연주군부인) 묘가 있던 김포 육경원(毓慶園)으로 천장하고 추숭 이후에는 장릉(章陵)으로 모시면서, 고상사를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고 장릉을 지키는 사찰로 재건하면서 봉릉사(奉陵寺)라고 고쳐 부르게 하였다. 봉릉사는 왕과 왕후의 위폐를 모시고 친제(親祭)를 행하던 곳으로, 원종은 추증 후 바로 태묘에 모셔지지 못했기 때문에 봉릉사를 능사로 지정하여 제향을 지내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1930년 주지 영송화상이 중수하였고, 다시 1938년에 주지 성화대사가 일제에 의해 강제 철거된 인근의 김포 관아의 자재를 가져다가 사찰을 크게 중수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1950년 한국전쟁을 맞으면서 상당수가 화재로 파괴되어 전각들이 소실되었고, 방치되던 것을 1974년 비구니 정념스님과 고근스님이 대웅전과 범종각을 새로 짓고 기존의 봉릉사였던 사찰명을 금정사(金井寺)로 바꾸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금정사라는 이름은 현재 사찰이 위치한 곳이 금정산 자락이며, 예로부터 법당 앞에서 좋은 물맛의 샘이 솟는다고 하여 ‘하늘우물’이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금정사 석조여래좌상

어린아이의 귀여운 미소를 가진 석조여래좌상

금정사는 다양한 불교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중 금정사 석조여래좌상(金井寺 石造如來坐像)은 2012년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75호로 지정되었다.

금정사 석조여래좌상은 이 지역에서 흔하지 않은 경주 불석(拂石, 일명 경주석)으로 제작한 조선 후기의 불상으로, 높이 34.2cm의 아담한 크기며 몸에 비해 큰 얼굴과 어린아이같이 귀여운 표정을 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손을 양 무릎에 가지런히 올린 모습이다. 연대와 작자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형태가 19세기 서울 경기 지역에서 많이 제작되었기 때문에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정사 신중탱화

금정사의 전각들

현재 금정사의 건물은 여러 차례 중수와 개축을 거친 것으로, 대웅전, 선원, 당우, 범종각 등이 전해지고 있다. 대웅전은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70년대에 신축한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건물이며 금정사 경내 가장 상부에 위치하고 있다. 전각 내에는 석가여래, 관음보살, 대세지, 약사여래좌상을 모시고 있으며, 후불탱화(後佛幀畵)·신중탱화(神衆幀畵)·산신탱화(山神幀畵) 등이 모셔져 있다. 대웅전의 좌측으로는 범종각이 위치하여, 중생들이 번뇌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웅전 정면으로는 경내 유일한 7층 석탑이 위치하고 있다.

금정사 아미타후불탱화

금정사가 소유한 불화 2점은 주지 명훈스님의 말에 따르면 현재는 폐사된 경기도 양주에 있는 절에서 전해오던 것을 40여 년 전 가져온 것이라 한다. 두 작품 모두 화기에 의하면 춘담 범천(春潭 梵天) 화사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며, 작품의 형태로 볼 때 20세기 초 작품으로 추정된다.

금정사 대웅전과 7층 석탑
금정사 대웅전과 7층 석탑

금정사 선원은 일제강점기 때 김포 관아의 건물을 철거할 때 그 자재를 가져다가 지은 것으로, 정면 7칸 측면 4칸의 비교적 대형 건물에 속한다. 지붕 역시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이 결합된 복잡한 구조의 건물이다.

누각 상부에는 1920년 ‘법당건축시권대시주열록(法堂建築時勸大施主列錄)’, ‘법당건축동참시주열록(法堂建築同參施主列錄)’ 등 4기의 현판이 걸려 있는데, 당시 시주자들의 명부가 빼곡이 적혀 있으며, 사명(寺名) 역시 봉릉사(奉陵寺)로 기록되어 있어 금정사의 연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앞서 소개한 금정사 석조여래좌상이 현재 선원에 모셔지고 있어, 과거 이곳을 인법당으로 사용되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금정사는 비록 70년대 개축되었지만, 과거 관아 건물을 활용하여 문화재적 건물 양상을 갖추고 있어 경기도 전통사찰로 지정되어 있다.

금정사 범종각
금정사 범종각

도심 속의 사찰, 금정사

보통의 사찰들이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반면, 금정사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여 누구나 쉽게 다다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금정사 바로 옆에는 우리나라 유일의 승려전문교육 정규대학인 중앙승가대학이 위치하고 있으며, 사계절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도시의 번잡함과 소음에 지칠 때 금정사를 찾아 도심 속의 고요함과 함께 시원한 하늘우물 한 잔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선경화 김포시청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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