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대상] 이현재 하남시장 당선인 “하남시청역에 내리면 시청이 없다”

6·1 지방선거 당선인들이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인수위원회는 당선인들이 후보 시절 언급한 지역 주요 현안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현재 하남시장 당선인 역시 지난 9일 시민 참여형 인수위원회를 출범했으며,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5개 철도 노선 유치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이와 관련 지난 5월 지방선거 토론회에서 “지하철 5호선이 개통됐지만 하남시청역에 내리면 시청이 없다고 (시민들이) 불평을 하신다”며 역과 시청간 거리가 먼 것을 비판했다.

이 당선인의 발언은 사실일까? 중부일보가 이에 대해 팩트체크 했다.

하남선 열차. 사진=하남시청
하남선 열차. 사진=하남시청

[관련 링크]

1.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하남시장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5월 24일, 4분 10초부터)
 

[검증 방법]

서울·경기·인천지역 지하철 노선 중 역명이 시청 또는 구청인 곳을 조사했다. 그리고 역사와 청사 간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 또 하남시청 도시전략과에 5호선 하남시청역의 명명 과정을 문의했다. 더불어 이와 비슷한 다른 사례가 있는지도 살펴봤다.
 

[검증내용]

◇하남시청역 이름을 둘러싼 논쟁

5호선 하남선 연장이 논의될 당시에만 해도 하남선은 6개 역이 지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1년 12월 역사 계획이 5곳으로 축소되면서 현재의 형태가 됐다.

이후 하남시는 2019년 하남선 역명 제정을 위해 시민공모, 선호도 조사, 관계기관 자문, 하남시의회 의견 청취 등을 통해 H2~H5역의 이름을 마련하고 시정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역명을 결정했다.

이중 H4역(가칭 덕풍역)은 하남시청, 덕풍, 신장역이 후보로 선정돼 주민 투표를 진행했는데 덕풍역이 더 많은 지지를 얻었음에도 역명은 하남시청(덕풍·신장)역으로 확정됐다.

지종운 하남시청 도시전략과 도시건설팀장은 “하남시청역은 행정구역상 덕풍동과 신장동 두 개의 동에 속한다”며 “덕풍역이라는 단독 명칭을 사용할 시 지역 간 갈등이 우려돼 서울교통공사에 자문 절차를 거쳐 역명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철도역 이름을 짓는 과정

철도역명을 짓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

국토교통부의 ‘철도 노선 및 역의 명칭 관리지침’ 고시 제7조에 따르면 역명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지명 및 해당 지역과 연관성이 뚜렷하고 지역 실정에 부합되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했다.

행정구역 명칭 사용이 곤란하거나 신설역이 2개 이상의 행정구역에 걸쳐 있는 경우에는 2개를 연속한 명칭을 사용하도록 했다.

주로 많이 사용하는 명칭은 행정구역이나 인접한 공공기관 또는 시설, 지역 대표명소 등이 있다. 하남시청역도 이 기준에 따라 명명됐다.

만약 역명이 이미 존재하거나 기존 역명과 혼동될 우려가 있는 경우, 특정 단체나 기업의 홍보수단이 되는 역명은 사용할 수 없다.

 

◇시청·구청역과 청사 간 실제 거리는?

지하철 역명 중 시청·구청이 명시된 곳과 실제 청사 간 거리는 어떻게 될까?

하남시청역과 하남시청 간의 직선거리. 사진=카카오맵 캡처
하남시청역과 하남시청 간의 직선거리. 사진=카카오맵 캡처

중부일보는 수도권 지하철 노선 중 역명에 시청·구청이 들어간 19개 역을 대상으로 도보 이동시간(네이버, 카카오 지도 기준)과 직선거리(카카오 지도 기준)를 확인했다. 직선거리는 지도상에 역명이 표기된 지점부터 시청·구청이 표기된 지점까지를 측정해 조사했다.

시청·구청이 들어간 19개 역과 청사 간 평균 거리는 303m였다. 가장 먼 곳은 5호선 하남시청역이다. 하남시청역과 시청 간의 직선거리는 815m에 달한다. 도보 이동시간은 13~15분으로 확인됐다. 실제 팩트인사이드팀이 하남시청역 4번 출구에서 하남시청까지 직접 도보로 이동해본 결과 14분 28초가 나왔다.

 

이어 강남구청역(7호선·수인분당선) 537m, 양천구청역(2호선) 509m, 남동구청역(인천2호선) 457m 순으로 거리가 멀었다. 의정부경전철 경기도청북부청사역의 경우 직선거리는 353m에 불과했지만, 도보 이동시간은 11~12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사와 거리가 가장 짧은 곳은 부평구청역(7호선·인천 1호선)으로 직선거리는 58m에 불과하며 도보 이동시간은 1분이다. 하남시청역과 비교하면 약 14분의 1 수준이다. 영등포구청역(2호선·5호선)은 직선거리는 66m, 도보 이동시간은 1~2분으로 뒤를 이었다.

시·구청사 역과 해당 청사 간의 직선거리를 나타낸 인포그래픽. 금유진 인턴기자
시·구청사 역과 해당 청사 간의 직선거리를 나타낸 인포그래픽. 그래픽=금유진 인턴기자

◇역과 실제 시설 간 거리가 먼 다른 사례는?

역명과 해당 시설 간 거리가 먼 사례는 하남시청역 외에도 다수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4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이다.

서울대입구역은 이름과 달리 서울대학교 정문까지 직선거리는 1.69km에 달한다. 도보 이동시간은 29~31분이 소요된다. 서울대와 가장 가까운 역은 지난달 28일 개통된 신림선 관악산역으로 서울대 정문과의 직선거리는 419m이다.

총신대입구(이수)역과 총신대학교까지는 1.36km로, 도보로 28~30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신대와 실제 가까운 전철역은 남성역(7호선)으로 직선거리는 569m이다.

경기도에서는 오산대역(수도권 전철 1호선)과 한대앞역(4호선·수인분당선)이 대표적이다. 오산대역과 오산대학교 본부건물까지의 거리는 1.57km, 도보로는 33~36분이 소요된다. 오산역이 조금 더 가깝지만 직선거리 상 1.33km로 큰 차이는 없다. 한대앞역은 한양대 ERICA캠퍼스 정문사거리까지 직선거리로 1.77km에 달한다. 도보 이동시간은 36~37분으로 오산대역과 비슷했다.

이보다 더 먼 곳도 있다. 태릉입구역(6호선·7호선)은 실제 태릉 입구와 직선거리로 2.3km에 달한다. 도보로는 38~41분이 소요된다.
 

[검증결과]

수도권 전철역 중 시청·구청이 역명에 포함된 19개 역과 청사 간 직선거리를 조사한 결과 하남시청역이 815m로, 가장 짧은 부평구청역(58m)보다는 14배가량 멀었다. 하남시청역은 평균치보다도 2.7배가량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하남시청역에 내리면 시청이 없다’는 이현재 하남시장 당선인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로 판단한다.

팩트인사이드팀(이한빛·박지희 기자, 금유진 인턴기자)
*영상 제작 및 편집 : 김도윤 기자
 

※네이버에서 팩트인사이드 기사 보기
 

[근거 자료]

1. 철도 노선 및 역의 명칭 관리지침 제7조

2. 네이버 지도 길찾기 서비스(도보, 직선거리)

3. 카카오 지도 길찾기 서비스(도보, 직선거리)

4. 지종운 하남시청 도시전략과 철도건설 팀장 인터뷰

5. 2019년 5월 15일 게시글 - 하남시 열린시장실(시장에게 바란다)

6. 2019년 5월 31일 게시글 - 하남시 열린시장실(시장에게 바란다)

7. 2019년 11월 4일 게시글 - 하남시 열린시장실(시장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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