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네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남양주 블랙버드북숍의 문을 열자 마치 책방이 반겨주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낯선 지역, 낯선 공간이었지만 이토록 친숙한 기분이 드는 것은 책방지기의 온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치 부띠끄를 연상시키는 책방과 그 공간을 가꾸는 책방지기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남양주 블랙버드북숍 내부 모습. 곳곳에 권성미 책방지기의 취향과 손길이 담겨있다. 김유진기자
남양주 블랙버드북숍 내부 모습. 곳곳에 권성미 책방지기의 취향과 손길이 담겨있다. 김유진기자

◇남양주 블랙버드북숍=비틀즈의 노래 ‘블랙버드’에서 이름을 따온 이 책방은 소외된 모든 사람에게 응원을 건네는 곳이다. 권성미 책방지기는 독특하면서도 책방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고심하다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에서 영감을 얻었다.

"원래 있던 것처럼 이 동네에 조용히 스며들고 싶었다"는 책방지기의 소망처럼 블랙버드북숍은 자연미가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책방에 있는 가구들은 얼핏 보면 한 군데에서 동일한 콘셉트로 구매를 한 것 같지만 아니다. 권 책방지기는 "새 물건들을 들여놓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것들을 활용하고 싶었다. 중고장터를 돌며 책방과 어울릴 가구들을 골라서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클래식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권 대표지만 트렌드 역시 놓치지 않았다. 클래식하지만 트렌디한 그의 입맛에 맞게 꾸며졌다. 일부 손님들은 블랙버드북숍을 ‘부띠끄 서점’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권 대표는 "책방을 한 번 오시면 다음에 꼭 다시 찾아주신다. 한 번 방문하고 마는 분은 없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남양주 블랙버드북숍을 운영하는 권성미 책방지기. 김유진기자
남양주 블랙버드북숍을 운영하는 권성미 책방지기. 김유진기자

◇권성미 책방지기=헤드헌터로 치열하게 살아온 15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남양주에 ‘블랙버드북숍’을 연 권성미씨. 그는 "기업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을 하다가 지금은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8개월차 책방지기인 권씨는 대학생 때 도서관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인이 되고 가장 오랜 시간 몸담아왔던 분야는 도서·출판 쪽이 아닌 헤드헌팅 분야였다. "헤드헌터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그 누구보다 빨리 찾아내야 해요. 이력서가 취업시장에 풀리기 전에 사람을 발굴해야 하니 늘 신경이 곤두서있었죠. 15년간 바쁜 삶을 살아오다 제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추석 명절에 블랙버드북숍을 열었습니다."
 

남양주 블랙버드북숍 내부 모습. 곳곳에 권성미 책방지기의 취향과 손길이 담겨있다.
남양주 블랙버드북숍 내부 모습. 곳곳에 권성미 책방지기의 취향과 손길이 담겨있다.

◇이탈자 ‘0명’ 인기만점 독서모임=블랙버드북숍의 단골들은 이 공간에서 책을 사기도 하지만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을 하며 커뮤니티를 구축해나갔다. 권 책방지기는 "우리 독서모임은 이탈한 사람이 없다"며 웃어보였다. 매주 목, 금요일마다 모여 하나의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독서모임과 무엇이든 쓰는 ‘무쓰살롱’, 파자마를 입고 편하게 만나 교류하는 ‘파스타(파자마 스토리 타임)’가 있다.

남양주 블랙버드북숍 내부 모습. 곳곳에 권성미 책방지기의 취향과 손길이 담겨있다. 김유진기자
남양주 블랙버드북숍 내부 모습. 곳곳에 권성미 책방지기의 취향과 손길이 담겨있다. 김유진기자

"책방은 제가 반을, 그리고 나머지 반은 여기 오시는 분들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모임은 공산품이 아니거든요. 한 권의 책을 읽어도 그 사람의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다릅니다. 이 모임도 그렇죠. 모임은 종합예술 같아요. 책을 통해서 사람이 변하고, 그 사람을 통해 주변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정말 즐겁지 않나요?"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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