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신청 시 익명 보장 안돼
학생 관리 못한다는 이미지 부담
교원 일부 '학생생활교육위' 이용

교원 교육 활동 권한을 지키는 ‘교권보호위원회’가 현장 교원들에게 사실상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호위 신청 경우 학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무능력 교사’ 낙인이 찍힌다는 두려움에서다. 때문에 이 같은 인식을 바꾸는 정책이나 익명성이 보장되는 방안 등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교원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급학교에 설치돼 교원이 교육활동 침해를 호소할 경우 열려 교원 보호와 치료를 제공하는 심의·의결 또는 문제 해결과 관계 개선 등 분쟁 조정을 진행한다.

최근 3년간 교육활동 침해를 호소한 경기지역 교원은 1천479명이다. 이 가운데 학생 관련 교육침해가 1천387명으로 93.78%에 달한다.

교원 교육활동 권리를 보장하고 교권침해 시 보호와 심리 안정 지원 등을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신청 시 익명이 불가능하고 평가권자인 교장이 위원회를 열고 보호조치를 하도록 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일부 교원들은 교권보호위원회가 아닌 ‘학생생활교육위원회’를 이용, 보호조치 없이 학생 교육만 진행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기도 하다.

경기지역 교원 A씨는 "얼마 전 교실에서 학생에게 욕설 등 폭언을 들었지만, 보호위를 신청할 용기가 나지 않아 학생생활교육만 신청하고 말았다"며 "학생과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원 B씨는 "최근 교권침해 문제가 심각하지만, 실제 보호위를 열고 보호조치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학생을 관리하지 못하는 교원, 학부모와 소통하지 못하는 교원 등 부정적 이미지가 걱정돼 신청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교원 의견에 대해 피해 교원 보호조치를 위해 익명 신청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처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피해를 호소한 교원에 적절한 조치를 제공하기 위해 익명으로 신청을 받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또한 보호위에서 양쪽 의견을 모두 듣고 자료를 검토하는 등 과정을 거쳐야 대응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태희 당선인이 교권보호 강화와 관련된 정책을 제시해 관련 내용을 보고한 상태다"며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교권침해 등 피해를 겪었을 때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양효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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