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회는 거대 양당의 의석수가 78:78 동수를 이룬 사상 초유의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절묘한 정당별 의석수 배분에 많은 이들이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경기도의회는 원활한 의회 운영을 위해서 두 정당의 묘수(妙手)가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지방의회에서 정당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사실 지방의회에서 정당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예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제시했을 만큼, 지방의회에서 정당의 역할을 경시했던 적이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역 주민분들을 만나면 지방의원으로서 지역의 일을 하는데 당이 무슨 상관이냐는 말 또한 자주 듣고는 한다.

하지만 지방의회에서 정당의 역할은 국회에서 정당의 역할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선 정당은 선출직 공직자로 하여금 강한 책임성을 부여한다. 정당에 소속된 선출직 공직자는 그 정당이 표방하는 정강·정책을 따라야 할 의무를 가지며, 정당은 정강·정책의 지속적인 교육 등을 통해 정당의 정체성을 강화해나간다.

대표적인 예시로 지난 제10대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도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정강·정책에 걸맞은 정책들을 구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난기본소득 지급, 경기지역화폐 소비지원금과 같은 정책은 서민과 중산층, 소상공인을 위한 마중물이 되었으며, 학교교복 지원 사업, 고교 무상교육과 같은 정책은 교육 보편성을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당은 지방의회에 청년·여성 등 정치적 소수자의 진입을 용이하게 한다. 청년·여성은 인구의 절반을 구성함에도 불구하고, 선거 비용과 인맥 등 사회적 자본의 부족으로 항상 정치적 소수자 위치에 처해 있으며, 이는 곧 청년·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약화시키는 문제를 가진다. 하지만 정당은 이들의 정치적 진출을 용이하게 하며, 이번 제11대 경기도의회의 경우 양당을 통틀어 2030의원 20명, 여성의원 35명이 의회에 입성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정당은 지방의회의 대내외적 교섭창구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경기도의회의 경우 의원 정수가 156명에 이르는 전국 최대규모의 광역의회로, 의원 전원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의원들은 정당을 중심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교섭단체의 대표의원이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대내외적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실제로 교섭단체는 의회 내적으로는 의사일정, 상임위원 배분 등과 같은 사안들을 논의하며, 의회 외적으로는 정책협의회 및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집행기관과의 논의를 이어나가기도 한다.

이렇듯 지방의회에서 정당의 필요성은 날로 커져가고, 책임 또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김동연 도지사 당선인이 원활한 도정 운영을 위해 협치를 강조했듯이, 경기도의회 또한 원활한 도정 운영을 위해 협치의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첫 출발은 바로 교섭단체 간의 경쟁과 협력을 바탕으로한 정당정치일 것이다. 특히 78:78 동수를 이루게 될 제11대 경기도의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정작 지방의회에서의 정당정치는 아직도 큰 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방의회 교섭단체의 존재를 판결문을 통해 인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후속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방의회 교섭단체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때문에 여러 지방의회는 임시방편으로 교섭단체 조례 등을 통해 정당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나, 법률 미비로 인하여 지방의회 교섭단체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방의회의 정당정치가 활성화되고, 정당의 역할과 책임하에 지방자치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교섭단체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수적이다. 2022년 6월 현재, 국회에 지방의회 교섭단체의 법적 근거를 명시한 ‘지방의회법’이 상임위에 계류되어 있지만, 법안의 통과는 요원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다가올 제11대 경기도의회에서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의 성과를 넘어 ‘지방의회법’의 통과를 가장 큰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법’ 통과는 지방의회 변화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경기도 민생정책 실현의 변곡점이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승현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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