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방화 계기로 의뢰인들과 소통 필요
사법에 불신 팽배로 과격한 상황 연출돼
변호사 공급과잉으로 입지 좁아진 상황
변혀보가 10년 넘은 '로스쿨'간 논의해야

"다들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 지역사회 하나의 일원이자 분쟁 해결사인 변호사들이 도민에게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윤영선(54·사법연수원 24기) 제24대 경기중앙지방변호사 회장은 21일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약 6개월 남은 올 한 해 목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월 취임해 이달로 취임 18개월 차를 맞은 윤 회장은 1천300만 명이 넘는 경기도민에게 최상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윤 회장은 코로나19로 많은 활동이 제약된 상황 속에서도 각종 세미나, 대내외 교류 활동을 전개하고, 출범 30년이 지나 낡아버린 변호사회 내 규정들을 고쳤다. 이 밖에 도 추천위원회의 투명화에 힘 썼다.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정심여자중고등학교(안양소년원), 아주대학교 등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경제적 취약계층인 20대 초반 청년들에게 영치금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공익 활동을 펼쳐 1천200명의 변호사 회원들의 위상을 높였다.

중부일보는 경기중앙변호사회 수장으로서 변호사 권익향상, 변호사 과잉공급, 직역 침탈 문제 등 지역 변호사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윤 회장의 견해를 들어봤다.

-최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 사건과 같이 의뢰인 등이 변호사에 대한 불만을 갖고 변호사를 상대로 협박 등 위협하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원인은.

"1차적으로는 변호사의 책임이 있다. 의뢰인에게 사건 의뢰를 받은 후에는 의뢰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재판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승소 또는 패소의 이유를 의뢰인으로 하여금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에서는 사건을 수임받은 후 이 같은 과정에 대해 의뢰인과의 소통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패소한 상황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 경우 의뢰인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사법에 대한 전체적인 불신을 갖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의뢰인에게 정직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의뢰인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에 대한 신뢰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변호사는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논리적으로 우리가 왜 유·불리한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가 개방돼 있다보니 많은 의뢰인 분들이 직접 대법원 판례를 찾아오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신다. 하지만 이럴 경우 해당 정보가 기승전결이 맞춰진 지식이 아닌 ‘단편적’ 지식인 경우가 많고, 제일 위험한 것은 나한테 유리한 것만 듣게 된다는 부분이다. 이럴 경우 변호사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해도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패소할 경우 변호사에게 무능하다며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기에 패소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런 상황들이 쌓여 과격해질 경우 변호사에 대해 불만이 과하게 표출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고 본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변호사회의 역할은.

"변호사와 의뢰인간 소통과 신뢰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변호사회는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도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 사건’의 경우 변호사가 상대를 도와 거짓말(나쁜 짓)을 한다, 본인들이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는 식의 인식이 굳어졌고, 이 인식이 과하게 표출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사실 사건의 주체는 당사자며, 변호사는 내용을 전달받아 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즉, 분쟁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며 변호사는 첨예하게 부딪히는 갈등을 막고,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맡는 것이다. ‘변호사 제도’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재판의 절차와 변호사가 하는 일에 대한 주기적 홍보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또, 변호인들에게 의뢰인과의 대화 기법 등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변호인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을 할 계획이다. 변호사분들은 의뢰인, 상대 측으로부터 고충이 생길 경우 이러한 상황이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협회 등에 고민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상 변호사는 고충이 생기더라도, 이 부분이 본인 능력의 결여에 대한 부분으로 결부될까 우려하는 경향이 있어 고충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절차적인 문제 등에 의해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변호사회에서 지원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고민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변호사계 내에서 변호사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변호사가 과잉공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위해 준비하신 분들은 당연히 많이 붙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가 많지만 법무사가 없다. 변호사가 모든 일을 다 맡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않다. 전문직이 많이 형성돼 있어서 변호사 외 비슷한 영역의 행정사,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등이 있다. 이 때문에 변호사의 직역이 외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좁다. 변호사들의 평균 수임 사건 건수를 생각해 보면 한 달에 2건이 채 안 된다. 반면 사무실, 직원들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뽑는 인원을 당장 줄이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다. 로스쿨도 10년 이상 돼 자리 잡은 상황이고, 국민들의 이익과도 연계돼 있다. 이 부분의 경우 변협과 로스쿨 등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변리사가 일정한 소송 실무교육을 받으면 특허를 비롯한 침해소송에서 공동소송대리권을 갖게하는 변리사법 일부개정안과 관련, 변호사-변리사간 대립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 견해는

"공동소송대리권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다고 본다. 변리사가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전문성이란 자신의 업무에 대한 것이지 소송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소송대리는 특허가 아닌 특허로 인해 발생하는 법률 문제다. 특허권이냐 아니냐를 두고 분쟁하는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변리사님들이 대리하고 있다. 문제는 거기서 파생하는 민사 문제는 이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특허의 문제라고 하지만 특허에서 파생되는 소송 문제인데, 소송 대리를 주자는 것은 변호사제도의 고유 영역을 달라는 것이다. 특허에 관한 소송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민사 소송이다. 공동소송대리권이 인정될 경우 둘 다 선임이 되고 한 사람만 가도 되는 것인지 등 어떤 것이 ‘공동’인 것인지 정리되지 않았고, 변호사가되기 위해 많은 교육과 의무를 부담하는데 변리사는 소송에 대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과학 산업 분야 측에서도 편의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변리사에 공동소송대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변리사분들이 특허에 관한 영역에 더 전문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재판에서 소송을 잘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소송의 영역은 또 다른 전문가의 영역이다. 또, 당사자 입장에선 이중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공동 대리를 할 경우도 그 비용은 똑같다. 비용이라는 점에서 변호사를 배제하지 못하는 한 같은 것이다. 오히려 반드시 공동대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로톡’같은 온라인 법률 플랫폼 이용을 금지한 내부 규정이 일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다.

"헌재에 나온 내용은 변호사들이 외부에 맡겨 광고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며 이를 제한하면 안 된다는 판결이다. 로톡은 변호사에게 굉장히 유용한 틀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범위를 넘어섰다. 주체가 되는 것이 변호사가 아닌 로톡이기 때문이다. 로톡의 제도에선 변호사는 객체일 뿐이다.변호사가 주체가 되야 한다는 점에서 로톡의 지금 형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번 위헌이 나온 내용은 변호사가 주체로서 광고를 하는 것을 막지 말라는 내용이다. 변호사 이외의 자가 주체가 되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이해 했다. 로톡은 변호사가 주인이라고 보기에는 광고적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로톡에서 거둬들이는 광고 비용은 결국 국민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로톡 스스로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주체가 변호사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한 변협은 이에 대한 통제를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 듯 로톡이 유용한 것은 맞으므로 로톡과 변협간 협의를 할 영역은 있다고 본다. 공익성과 상업성을 살려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변협과 로톡 간 본인들의 전문 노하우를 최대 활용해 최대의 결과를 이끌어내면 가장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방 변호사들이 겪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서울 중심의 사회다. 하나의 문화다. 변호사계도 그럴 수 있다. 지방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사건과 대형 회사가 적다보니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부족한 점이 있는 등 지방 변호사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지방 분권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며, 주변 사건들을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는 서울과 지방간 차이가 없다. 오히려 토지 사건의 경우 그 주변 땅을 잘 아는 사람이 더 잘하는 것이다. 서울과 지방이 단지 ‘다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 변호사분들이 더욱 자부심을 갖고 자기지역에 애정을 가지면 좋겠다."

황아현기자
사진=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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