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지속되어온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되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의 급등, 고물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 세계 경제 위기의 징후가 농후하다. 우리 경제의 효자이었던 수출마저 역전당하여 올 들어 무역수지 누적 적자가 138억2천200만 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연간 무역적자 규모를 넘어서는 등 우리 경제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또 하나의 미국발 우울한 뉴스가 있다. 지난해 12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Uyg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UFLPA)이 금년 6월 21일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 및 그곳에서 생산된 원료를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법이다.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와 강제노동에 대한 제재조치로써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미국은 관세법 제307조에 따라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에 대해 미국 수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의 세계 최대 고무장갑 제조사인 탑 글로브 코퍼레이션의 일회용 장갑이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되었다는 이유로 수입이 금지된 바 있고, 같은 해 5월 유니클로사가 중국 신장 지역에서 나온 면화를 썼다는 이유로 관세법 제307조에 따라 셔츠의 미국 수입이 금지된 바 있었다.

UFLPA는 기존의 미 관세법 제307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강화된 법이다. 미 관세법은 강제노동 생산제품인지 여부를 미 세관이 조사해서 밝혀내야 했지만 UFLPA는 신장 지역에서 일부라도 생산·제조된 상품은 강제노동의 산물로 간주해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 미 세관당국의 수입제품이 신장 지역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일 것이라는 추정(rebuttable presumption)만으로 수입금지를 내릴 수 있고, 입증책임은 수입자에게 있다. 소명기간도 미 관세법 제307조는 90일 이었지만 UFLPA는 30일로 매우 짧다.

해당 제품을 수입하려면 강제노동이 동원되지 않았다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ed evidence)를 미 세관당국에 제시해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 입증되지 않으면 폐기처분되거나 반송시켜야 한다.

신장 지역은 중국산 면화의 85%가 나오는 곳이며, 전 세계 면화 공급량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태양광 패널에 사용되는 실리콘 원료의 40%를 생산하는 곳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에 섬유제품과 태양광 패널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업체부터 피해를 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UFLPA가 우리나라 수출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입은 1천386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22.5%를 차지한데다 수많은 기업들이 중국과 연결공정으로 얽혀 있어 우리 대미 수출기업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도 중국산 부품이나 원재료가 들어있다면 미 세관당국에서 수입금지를 취할 수 있고, 신장 지역의 원료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음을 30일 이내에 입증해야 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수출제품에 사용된 원재료 별로 공급선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각 원재료 별로 원산지증명서 및 제조증빙서류를 매 수출건별로 갖추어 보관해야 한다. 한-미FTA 원산지증명서를 작성·발급하기 위해서는 원재료 명세서(Bill of Materials)를 작성해야 하는데, 각 원재료 별로 생산장소와 생산자 정보를 정확하게 기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빙서류를 구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UFLPA에도 같은 업무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원재료 공급자로부터 공급제품의 원재료부터 생산제품에 이르기까지 소싱 확인서를 제공 받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미 수출빈도가 높고 원재료의 종류가 다양한 업체는 원재료 공급망을 맵핑하고 원재료 이력 추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미 정부는 최근 UFLPA의 강력한 시행을 위해 국토안보부, USTR, 노동부, 국무부, 법무부, 재무부, 상무부 등 7개 부처로 구성된 ‘강제노동 합동단속 T/F’를 출범시켰다. 미 정부가 법 시행 초기 단계부터 강력한 단속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만큼 중국산 재료의 사용 비중이 높은 대미 수출기업들은 원재료 공급망을 철저하게 점검해 볼 것을 권고한다.

김석오 관세인재개발원 전문교수, 전 수원세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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