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주민의 선택을 받아, 한 번 더 주민의 대리인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주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려 다짐하고 또 다짐해본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선거를 하면서, 아주 심각한 우리의 정치파편화를 목도(目睹)하게 되었다. 21세기 정치학대사전(정치학대사전편찬연구회 저)에서는 ‘파편화’란 각 정당이 복수의 대립축에 의해 서로 흩어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느낀 정치의 파편화란 유권자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후보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하고,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자의 이야기만 들으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을 ‘정치파편화’ 대신 ‘정치양극화’라 표현을 해야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인가? 사회복지학사전에서는 ‘양극화’란 둘 이상의 물체나 사람 또는 집단이 서로 상반되는 경향으로 분리되는 현상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국어학자나 사회학자가 아닌 저자의 입장에서 이번 선거를 하면서 느낀 심각한 우리 정치의 위기를 표현하는데, 빗대는 단어가 ‘파편화’ 혹은 ‘양극화’와 같은 표현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이번 선거를 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위기에 빠진 우리 정치의 현실에 심각하고 심란한 마음만 떠오른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의원 78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78명인 상황에서 어떻게 파편화되고 양극화된 주민의 마음을 달랠 희망의 정치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정치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의안을 표결할 때 의원이 소속 정당의 당론에 구속되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에 의하여 투표하는 크로스보팅(Crossvoting)이라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정치선진국인 독일에서는 둘 이상의 정당이 연합하여 내각을 구성하는 연립내각(Coalition cabinet)을 구성하는 것이 정치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정치선진국의 사안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정치인으로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모든 주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타협'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이전 경기도에서도 경기연정의 형태로 서로 다른 당이 경기도의 살림을 꾸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1대 경기도의회는 2개 정당의 의원이 각각 78명 대 78명으로 구성되었다. 지방선거를 통한 주민의 의사가 그렇게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구성된 의회가 주민의 의사에 부합될 수 있도록 슬기로운 의정을 꾸려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기우(杞憂)일까?

경기도의회가 극단적인 대립의 정치가 아닌 경기도민을 위한 슬기로운 의정을 하기 위해서는 7월부터 대타협의 정치로 시작하길 바란다. 첫 단추부터가 매우 중요하다. 서로 간의 원만한 정치적 타협을 시작하고, 이것이 쌓이면 협치의 정치문화로 형성될 것이다.

이러한 서로 간 대타협의 정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본회의장에서 같은 당끼리 모여 앉지 말고, 섞여 앉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경기도의회 청사의 경우 본회의장에 전자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서 의원좌석을 고정좌석이 아닌 가변좌석으로 바꿔서 운영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서로 섞여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타협을 통한 협치의 정치를 더 쉽게 만들어갈 수 있지는 않은가하는 마음에서 소소한 제안을 해본다.

이애형 경기도의회 의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