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 임왜란 이전 사대부 여성 출토복식 40여 점 안동김씨 익원공파서 기증 받아

지난 5일 포천시 내촌면 안동김씨 익원공파 묘역에서 출토된 사대부 여인의 복식, 경기도박물관은 해당 묘소의 주인을 김귀(안동김씨 익원공파)의 부인 밀양박씨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경기도박물관
지난 5일 포천시 내촌면 안동김씨 익원공파 묘역에서 출토된 사대부 여인의 복식, 경기도박물관은 해당 묘소의 주인을 김귀(안동김씨 익원공파)의 부인 밀양박씨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경기도박물관

경기도박물관은 안동김씨 익원공파 길안군 종중(대표 김용구)으로부터 16세기 사대부 가문 여성의 복식 40여 점을 기증받았다고 23일 밝혔다.

기증된 복식은 6월 5일 포천시 내촌면 안동김씨 익원공파 길안군 종중 묘역에서 출토됐다.

출토유물의 주인은 김귀(金龜)의 부인인 정부인(貞夫人, 정·종 2품 문무관의 부인에게 주던 작호) 밀양박씨로 추정된다.

조선전기 궁중과 사대부 여인들이 말을 타고 외출할 때 착용하는 너울, 이번에 출토된 40여 점의 복식 중에 너울 함께 발견됐으며 이는 국내 5점뿐인 희귀한 유물이다. 사진=경기도박물관
조선전기 궁중과 사대부 여인들이 말을 타고 외출할 때 착용하는 너울, 이번에 출토된 40여 점의 복식 중에 너울 함께 발견됐으며 이는 국내 5점뿐인 희귀한 유물이다. 사진=경기도박물관

김귀(안동김씨 익원공파)는 조선의 개국공신 1등에 봉해진 익원공(翼元公) 김사형(金士衡, 1341∼1407)의 7대손으로 1543년 무과에 급제하고, 상원군수(祥原郡守)를 지낸 인물이다. 안동김씨 익원공파는 조선전기 대표적 사대부 가문이다.

출토 당시 해당 묘소에는 묘비와 묘지명이 남아있지 않았으나, 경기도박물관은 출토유물 중 명정(銘旌 망자의 가문, 직위 등 신원을 적은 깃발)에서 ‘밀양박씨(密陽朴氏)’라는 글씨를 확인한 뒤 안동김씨 족보와 대조해 묘소의 주인을 추정했다.

밀양박씨의 생몰년은 정확하지 않고 수습된 복식에서 저고리의 넉넉한 품과 깃의 형태, 소매가 짧은 여성 예복인 단령형 원삼 등 임진왜란 이전, 조선 전기 사대부 가문 여성 복식의 전형적인 특징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경기도박물관이 소장한 16세기 중엽의 연안김씨 묘 출토복식과 고려대박물관 소장 파평윤씨(?∼1566) 묘 출토복식과도 유사성이 높다.

해치흉배(이중로 초상화), 흉배는 조선시대 관리의 품계를 나타내는 관복의 무늬다. 날짐승은 문관, 길짐승은 무관의 품계를 구분한다. 사진=경기도박물관
해치흉배(이중로 초상화), 흉배는 조선시대 관리의 품계를 나타내는 관복의 무늬다. 날짐승은 문관, 길짐승은 무관의 품계를 구분한다. 사진=경기도박물관

수습된 40여 점의 복식 중에는 ‘직금해치흉배’가 있는 소매가 짧은 ‘단령형(團領形) 원삼’과 더불어 나비, 벌, 연꽃무늬가 화려한 단령형 원삼이 1점 더 있는데, 직물조직이 성글어 하절기용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목선이 둥근 형태인 단령형 원삼의 직금해치흉배는 직금 특성 상 전체적으로 보존상태가 좋지 않지만 갈기, 꼬리, 발톱 등 해치로 추정할 수 있는 특징을 갖추고 있다. 이런 유물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출토된 원삼(예복)의 직금해치흉배. 이번에 발견된 흉배는 여인의 흉배라는 점과 기존에 발견된 흉배보다 앞선 시기의 것이라는 점 등에서 희소한 자료이다. 사진=경기도박물관
이번에 출토된 원삼(예복)의 직금해치흉배. 이번에 발견된 흉배는 여인의 흉배라는 점과 기존에 발견된 흉배보다 앞선 시기의 것이라는 점 등에서 희소한 자료이다. 사진=경기도박물관

흉배는 조선시대 문무관리의 관복에 장식해 상하의 계급을 뚜렷하게 나타내던 표식으로 1454(단종 2년)에 처음 제정됐는데, 문관은 공작, 운학, 백한 등 날짐승을, 무관은 호표, 사자, 해치 등의 길짐승 무늬를 넣어 품계를 구분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해치흉배는 조경(趙儆, 1541∼1609) 묘에서 출토된 것인데 이번에 수습된 것은 이보다 이른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남성의 관복이 아닌 여성의 예복에 사용된 특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직금단저고리, 접음단치마, 여성용 쓰개인 너울 등 다양한 복식이 발견 돼 임진왜란 이전의 16세기 중엽 사대부 가문 여성의 복식 문화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원삼과 함께 출토된 너울은 조선시대 여성의 쓰개류의 일종으로 얇은 천이 너울거리는 물결모습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 초기에는 궁중과 양반계급 여성들이 말을 타고 외출할 때 사용했으며 현재까지 출토된 너울은 모두 5점에 불과해 마찬가지로 희소성이 높은 유물이다.

경기도박물관 관계자는 "무덤에서 출토된 복식의 경우 매장됐던 환경과 다른 환경에 노출될 경우 부패가 급격히 진행 돼 복식 유물을 수습한 후 긴급히 보존처리하고 있다"며 "향후 학술조사를 거쳐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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