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6·25 전사자 유해발굴
도, 참전 용사 충혼 기리기 위해 등산로·공원에 '평화의 쉼터' 조성
지자체, 관련 홍보·사후관리 손놔… 역사·안보교육현장 활용 취지 무색

비와서
2011년 수원 광교산 등산로 입구에 조성된 ‘평화의 쉼터’. 신연경 기자

"안내판을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쉬라고 만들어 놓은 곳 정도로 알 것 같네요."

지난 25일 수원 광교산 ‘평화의 쉼터’에서 만난 한 등산객의 말이다.

이날 기자가 직접 광교산 등산로 입구에서 5분 정도를 천천히 걸어 올라가자, 평화의 쉼터를 알리는 안내판과 벤치가 있었다. 이곳은 지난 6·25전쟁 당시인 1951년 1월 30일부터 2월 10일까지 국군1사단과 미25사단, 터키 여단 1개 대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인 역사적 장소다. 육군 제51보병사단은 2009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이곳에서 국군 전사자 유해 5구와 유품 111점을 발굴했다.

경기도와 각 시·군이 6·25 참전 용사의 충혼을 기리기 위해 도내 곳곳에 이같은 평화의 쉼터를 조성했지만, 부족한 홍보 및 사후관리 등으로 시민들에게서 잊히고 있다.

26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11년부터 시·군과 사업비를 분담해 6·25전쟁 전사자의 유해나 유품이 발견된 지역에 쉼터를 조성해 왔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쟁 전사자의 넋을 기리는 조형물과 해당 전투 현황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설치해 역사·안보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였다.

도는 2011년 안양 수리산, 수원 광교산, 파주 감악산, 포천 백운산, 양주 천보산, 양평 용문산, 가평 연인산 등 8곳의 등산로 입구에 쉼터를 조성했다. 당시 도는 한 곳당 약 1천895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등산로와 공원 주변에 쉼터를 조성해 휴식공간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2015년에는 성남 불곡산, 고양 고봉산, 남양주 꽃가람공원 등에 추가로 조성했다.

그러나 실제 이곳을 지나는 십여 명의 등산객들에 "평화의 쉼터를 아느냐"고 물었지만, "그렇다"고 대답하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한 시민은 "광교산에 올 때마다 이곳을 자주 지나다니는데, 평화의 쉼터라는 곳이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등산객은 "그냥 쉬라고 만든 거 아니었냐"며 "그런 의미가 있었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줘도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10여 년 전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이 전국적으로 이뤄졌던 김문수 전 도지사 시절 지자체, 군과 협약을 맺고 진행한 사업"이라며 "도시공원 형태로 관리되다 보니 각 시군으로 (관리가) 이관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에서 관리하거나 추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에서 평화의 쉼터 관련 홍보나 관리를 따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걸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신연경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