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하면 당연히 수원을 떠올린다. 그러나 조선시대 감영까지 포함해도 경기도청 수원시대는 70년이 안 된다. 지리적으로 서울은 경기도의 중심이고, 경기감영은 태종 이래 500년 이상 서울에 있었다. 군사적 목적으로 하남이나 포천에 잠시 옮긴 적이 있을 뿐이다. 경기도관찰부를 수원에 두기는 1896년 행정편제가 13도로 바뀐 때였다. 그러나 수원의 이 경기관찰부는 한일합방으로 15년 만에 폐지되고, 대신 서울 세종로에 경기도청이 생겨 1967년까지 57년간 존속한다. 이후의 경기도청 수원 시대는 올해까지 55년에 불과한데, 이 짧은 기간 경기북부와 남부의 문화 경제적 수준은 천양으로 벌어졌다. 경기도의 남북 간 불균형은 이렇게 축적되었다. 그렇지만 당시 도청을 수원에 둔 당위성은 분단에 따른 안보적 고려 외에 찾을 수 없다.

경기북부 10개 시·군 면적이 경기도 전체의 42%인데 반해, 인구는 26%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또한 남부 41.8%에 비해 북부는 26.3%로 훨씬 못하다. 그리고 이 낮은 재정자립도가 경기북부 분도 반대의 유력한 논리이다. 그렇지만 이는 수십 년간 지속된 규제 탓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수도권정비권역,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개발제한구역,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의 군사시설보호구역과 미군 공여지, 한강수계법의 수변구역, 수도법의 상수원보호구역, 환경정책기본법의 팔당특별대책지역 등 온갖 규제가 오늘 이 시간까지 경기북부의 정상적 경제와 생산 활동을 틀어막고 있다. 아무튼 그러구러 경기북부 360만 인구는 이제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남부, 서울 다음으로 많다.

그러나 경기북도 신설이나 분도의 당위성은 이러한 차별과 희생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도 발견된다. 지난주 의정부 소재 경기도청 제2청의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 토론’에서,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분도라는 말을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 같은 읍소로 접근하지 말자는 주문이다. 새로운 국가적 성장잠재력이 필요하고, 남북교류는 접경 중심이어야 하며, 국가균형발전이란 정책까지 고려하면 경기북부에 대한 특별한 국가적 배려는 당연하다. 그럼에도 그간 도지사들은 당선만 되면 분도에 반대해 왔다. ‘주민 불편을 초래한다, 단계가 미숙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안 된다, 분리 않는 게 경기북부 발전에 더 낫다’… 심지어 분도를 "경기도가 망하는 길"이라고도 했지만, 모두 정치적 욕심으로만 보인다. 게다가 경기북부에는 이미 도청, 교육청, 경찰청 등의 제2청이 있고, 대규모 법조타운도 곧 들어선다. 이것은 분도 추진에 따른 물리적 어려움도 별반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분도나 특별자치도 설치에는 주민투표나 도의회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 그것이 다만 국회 입법 과정의 참고자료일 뿐이어도 그렇다. 그런데 경기북부 주민들의 분도 희망이 ‘북부보다 더 많은, 그러나 이해에서는 먼’ 남부 주민들에 의해 거절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조금 걱정스럽다. 그것이 지방자치법에 의한 적법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혹 있을지 모를 남부 주민들의 이러한 다소 이익충돌적 의사 표현은 불편하다. 한편 경기도의 남북 사이 사회간접자본이나 경제적 수준은 이미 지나치게 벌어져, 양쪽의 상충하는 수요를 모두 충족할 공통의 정책목표 설정은 갈수록 어려워질 터다. 이는 지방자치의 본질에 어긋날뿐더러, 국가적 성장동력 개발에도 장애 요인이다. 경기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한 경기도민 모두의 대승적 협조가 절실하다.

유호명 경동대학교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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