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경찰통제 추진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총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메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27일 이르면 7월 안에 경찰국을 신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찰통제의 핵심 사안이다. 이어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거론하며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을 강화하고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 와중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한 달도 남지 않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청장은 사퇴기자회견에서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찰의 반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경남경찰 직장협의회의 성명을 시작으로 하여 경찰관서의 현수막 게시, 대통령실 앞의 1인 시위에 이르기까지 경찰 조직원 전체의 반발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여론을 살펴보아도, 경찰국 신설에 대해 반대가 찬성보다 많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은 46.4%로 찬성(39.7%)보다 6.7%포인트 높았다.

경찰은 일반적인 부처와는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 국민의 민생과 직결된 풀뿌리 조직이자,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해야 하는 수사조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정치세력에게 경찰조직은 장악하고 싶은 대상이다.

이번 권고안에 따라 경찰조직을 행안부 직제 아래 두겠다는 것은 수사조직을 통제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우리는 경찰이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 온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경찰이 주장한 어처구니 없는 변명이었다. 경찰이 정권 보위를 위해 고문까지 자행한 아픈 역사이다.

결국 군부독재체제가 흔들리고 경찰의 중립성·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1991년 내무부에서 분리된 ‘경찰청’이 출범했다. 시대의 산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행안부가 경찰통제를 위해 행안부 내에 경찰국 신설을 강력히 추진하고,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하고 인사권, 징계권 등을 쥐겠다고 하니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경찰역사를 30년 전 치안본부 시절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의 권고안은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이런 행안부의 경찰통제 추진에는 권한이 매우 커진 경찰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등에 업은 측면도 없지 않다. 따라서 경찰의 민주적 통제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다만 방식과 주체가 중립적이고 민주적이며 국민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 권한이 커진 경찰의 통제에 대한 어떤 국민적 논의와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법적 근거도 없이 진행되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한 대목을 주의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국회와 관련 기관,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경찰통제에 대해 원점부터 차근차근 논의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는 실증적 데이터의 확보, 전문가의 평가, 관련단체의 논의, 시민의견의 수렴 등 수 년에 걸쳐 최적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자문위가 단 4차례의 회의 후 발표한 ‘졸속 권고안’으로는 민주적 경찰통제를 이뤄내기 어렵다.

경찰 권력은 오직 국민에 의해서만 통제되어야 한다는 원칙에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국가경찰위원회 역할강화, 자치경찰제도의 실질화 등 민주적인 통제를 강화해 나가기 위해 국회에서 공청회도 하고 법과 제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

공권력은 권한을 위임받은 자들의 권력적 도구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이익을 위해 행사되어야 한다. 프랑스 인권선언 제12조의 내용이다. 행안부는 경찰통제 방식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최선의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무리한 시도는 반드시 역풍을 부른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양기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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