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병상을 갖춘 병원이 있으면 뭐합니까? 의사들이 오지 않는데요!" 

대진대 의과대학 추진단장을 맡은 한만소(62) 화학과 교수는 경기북부지역의 열악한 의료체계의 한계를 비탄하듯 토해냈다. 

포천에 소재한 대진대학교는 오래 전부터 의료사업분야를 별도로 운영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분당제생병원에 이어 동두천에 1천5백여 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을 설립했다. 

한 교수는 24년 전에도 대진대 의과대학 설립 추진을 진두 지휘해왔다. 그러나 쓴 고배를 마셨다. 지난 정부때도 정부 방침과 맥을 같이해 추진했지만 의사협회의 집단 반발로 또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한 교수는 "누구든 공평하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라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사협회의 밥그릇 싸움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낙후된 경기북부지역의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의과대학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고 확신했다. 

이어 한 교수는 "경기북부지역은 정부가 특화된 전염병 발생지로 지정해 말라리아나 유행성출혈열 등 한타바이러스(일명)가 창궐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의료 인력이 없다는 구실로 방관해 왔다"며 "대진대에 의과대학이 설립되면 한타바이러스에 관한 연구와 관리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대진대는 이미 기초의학인 화학과와 생물학과가 활성화돼 있어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4~5년 전에도 약대설립을 추진했지만 의대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간호학과를 설립해 ‘100% 간호사 진출’이라는 희망으로 가장 치열한 경쟁률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 교수는 "경기북부지역은 의료진 부족과 낙후된 의료혜택은 오래전부터 지적되면서 군의관을 대체하기도 했지만 의무기간이 끝나면 떠나는 안타까움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대진대에서는 의과대학 설립 추진 계획에 의대생들에게 100% 장학금으로 6년 과정을 마치게 하고 이후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봉사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대진대 의과대학 설립은 비단 대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포천을 포함한 경기북부지역 모든 주민의 열망이기도 한 것이어서 대진대 의과대학 설립이 이번 정부에서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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