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창틀에 빗물받이 비닐 등장
일부 벽면엔 도배지에 물자국 선명
스프링쿨러 없고 보도블럭도 쩍쩍
장애인들 "불편 호소에도 묵묵부답"
인천시 "예산문제로 수리 쉽지 않아
일단 교육실부터 점차 보수 나설 것"

29일 미추홀구 학익동 인천시 시각장애인복지관 3층 교육실 창문에 새는 빗물을 받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비닐을 붙여놓은 모습. 사진=박유진기자
29일 미추홀구 학익동 인천시 시각장애인복지관 3층 교육실 창문에 새는 빗물을 받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비닐을 붙여놓은 모습. 사진=박유진기자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이 누수와 난방,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 노후한 시설과 미흡한 안전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9일 오전 미추홀구 학익동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복지관) 3층 아람장(교육실)의 창문에 큰 비닐이 세로로 길게 붙어있었다. 비 내리는 날씨에 새는 물을 받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비닐이 붙은 창틀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도배지에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하면서 생긴 물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인천지역 내 시각장애인에게 각종 일상생활 지원과 교육 등을 제공하는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은 1999년 9월 처음 문을 열었다.

하지만 복지관이 지어진 지 20여년이 지나면서 건물이 노후 돼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복지관 입구의 계단 보도블럭은 깨져서 울퉁불퉁 갈라져 있고, 경사로는 자동차 바퀴가 지나가는 모양대로 양쪽이 움푹 침하됐다.

길이 고르지 못하면 시각장애인들은 발을 헛딛거나 갈라진 틈에 지팡이가 걸려 넘어지는 등 다치기 쉽다.

더욱이 건물 내부는 비가 오면 물이 새고, 겨울이 되면 벌어진 창틀 틈으로 불어닥치는 추위에 매년 비닐을 덧대고 있다.

복지관측은 비가 오면 창문으로 물이 새는 현상은 지난 2019년 4층 강당 증축 공사 이후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인천시종합건설본부에서 4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복지관 전체에 방수 코팅을 진행해 비가 새는 곳은 다소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복지관 관계자는 말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외부 공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의 영향에 따라 폭우에도 물이 새지 않기도 하고 (비가)조금 와도 물이 새기도 한다"며 "매번 물이 새는 곳이 다르고, 어디서 왜 새는지 원인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상태다. 일부 예산을 투입해 (방수를 위한) 하자 보수를 계속 진행하고는 있다"고 했다.

또한 현재 복지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 등 사고시 인명 피해도 우려된다.

현재 복지관의 1~3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없고, 2019년 증축한 4층 강당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겨울마다 낡은 창문으로 들이치는 추위도 이용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창호가 낡으면서 벌어진 틈으로 먼지가 날릴 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웃풍이 심해 비닐을 덧대도 실내는 금방 얼음장이 된다.

4급 시각장애로 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는 최호진(68)씨는 이 같은 불편에 대해 시와 복지관에 수차례 호소했으나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복지관에 엘리베이터도 하나 뿐이고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화재라도 나면 혼자서는 빠르게 움직이기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이 제대로 대피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각장애인들은 손끝으로 점자를 읽는데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겨울에 복지관에 머물다 보면 손발 끝이 얼어붙어 다들 핫팩을 쥐고 있다"며 "온풍기를 켜지만 추위가 제대로 가시지도 않고, 눈이 건조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는 웃풍으로 인한 추위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창호 보수 예산부터 9월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종합건설본부에 4층 증축 공사를 의뢰하면서 방수와 창호 보수 등 외부 보수도 요청했으나, 냉난방기 설치·보일러 철거 등을 병행하면서 예산이 부족해 창호 공사를 하지 못했다"며 "예산 문제로 한 번에 전체 수리를 진행할 수는 없어 우선 이용자들이 제일 많이 활동하는 교육실부터 보수할 계획이다. 견적을 내기 위해 지난 28일 전문가들이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창문으로 비가 새는 문제의 경우 공사 후부터 샌 것이 아니라 건물 노후로 (공사하기) 전부터 샜다. 건물을 건드리니 비가 더 샌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스프링클러는 구조적·안전 문제로 앞으로도 설치는 어렵다. 스프링클러는 없지만 화재감지 센서, 경보기 등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소화기를 곳곳에 설치하고 사용법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유진·윤유정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