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골프전문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김기태 씨의 책 ‘골프 상식 사전’에서는 한국 골프의 기원을 1900년대 초반 원산의 세관 내에 살았던 영국인들이 6홀을 만들어 경기한 후, 1924년에 조선 철도국이 서울 효창공원 안에 9홀의 코스를 만든 것이 처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후 2022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체육 시설업 현황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해 보면, 한국은 약 500개의 골프장, 7천 개가 넘는 스크린 골프장을 보유한 나라로 급변했다.

그렇다면 골프 인구는 어떻게 변했을까. 2019년까지도 거의 한계치만큼 내장객을 수용하던 골프 산업은 2020년 코로나 사태로 해외 골프 관광객이 국내 골프장 내장객으로 전환해 다시 또 한 번 평균 최대 내장객을 갱신했다.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 인구는 564만 명으로 일본의 골프인구(520만 명)를 추월한 상황이다. 특수한 상황이 있었던 만큼 코로나의 여파가 줄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국 골프 산업은 사라질까? 업계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IT 기술의 발달로 인한 스크린 골프의 활성화는 저렴한 요금과 쉬운 접근성으로 고급 스포츠에 접대 이미지였던 중년 남성의 스포츠를 MZ세대와 여성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골프라는 운동은 시간적 제약, 공간의 제약, 이동의 제약, 금액의 제약이 모두 존재해 ’접대용‘이라거나 부자들의 전유물 같은 느낌이 강했지만 스크린 골프 시뮬레이터는 실제 필드 환경을 가상현실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실제와 가깝게 경험하도록 구현했다.

여기에 국제무대에서 언제나 상위에 랭크되어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여자 골퍼들의 선전과 각종 미디어에서 연예인을 활용한 오락 골프 프로그램의 활약도 간과할 수 없다. 이제 한국의 골프 산업 규모는 연평균 5.2%의 성장률로 2020년에는 5조6천억 원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골프웨어나 용품을 갖추고 필드에서 인증샷을 SNS에 공유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산업의 규모뿐 아니라 색깔도 젊어지는 추세다. 이렇게 산업이 세대급 탈바꿈을 하려 할 때 관계자들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골프와 관련된 수입품 품목을 분석해 보면 내수기반의 골프장은 호황이지만,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용품 산업은 여전히 국내가 취약한 산업구조임을 알 수 있다. 국내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토종 브랜드 발굴 및 점유율 확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고가 골프채 점유율에서 여전히 일본이 강세임을 보면 양궁 분야처럼 골프채 또한 국내 생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골프 관련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이미 강세인 낚시, 등산 분야처럼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들이 골프와 접목되어 신선한 게임방식들을 보여준다거나 그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계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면 골프의 대중화는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또한, 코로나 특수로 수요가 몰리며 올린 급격한 골프장 이용료 인상률 또한 지속 가능한 유입을 위해서는 시장의 건강한 조정이 논의되어야 하는 상태다.

골프는 ‘자연을 배경으로 자신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상대방에게는 배려하고 예절을 지키면서도 동반자와 함께 즐기기’라는 속성으로 출발했다. 골프가 심판 없이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양심에 따라 플레이하겠다는 골퍼의 에티켓이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조화, 매너, 양심이라는 키워드의 골프가 한국에서는 그동안 어두운 이면으로 많이 비친게 사실이나 패러다임이 바뀌면 비즈니스 접근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은밀함, 접대, 사치라는 개념의 골프는 이제 각종 기술과 세대의 결합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드러냄, 사교, 대중성이라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의 색안경을 벗고 새로운 세대와 함께 기회를 찾아 창출할 때다.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원 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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