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전경
불암산 전경

불암산은 남양주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최고 높이가 508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과 석장봉 등의 여러 봉우리들이 거대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다. 남양주 별내 지역과 서울시 노원구에 걸쳐 있으며, 높이 수도권 종주산행으로 유명한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가운데 하나로 수락산, 천마산, 축령산 등과 함께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찾는 100대 명산 가운데 하나이다. 불암산은 멀리서 보면 주봉의 모습이 마치 송낙(송라로 만든 승려가 쓰는 모자)을 쓴 부처님의 모습과 같다 하여 불암산으로 불린다. 하늘에서 내린 보배로운 산이라고 하여 천보산(天寶山)·필암산(筆巖山)·붓바위산이라고도 한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었던 산이었는데, 어느 날 조선왕조가 도읍을 정할 때 한양의 남산이 되고 싶어 금강산을 떠나 한양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불암산 자리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한양에 남산이 들어서 있어서, 금강산으로 되돌아갈 돌아갈 작정으로 뒤돌아서서 갈 준비를 했다가 그 자리에 머물고 말았다. 결국 불암산은 서울을 등지고 있는 모습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불암사 대웅전 
불암사 대웅전 

불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奉先寺)의 말사로 남양주시 별내동 불암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일주문을 지난 만나게 되는 제월루(霽月樓) 앞에는 1731년(영조 7)에 이덕수가 짓고, 조명교가 쓴 천보산불암사사적비(天寶山佛巖寺事蹟碑)가 세워져 있다. 사적비에 의하면 824년(헌덕왕 16) 희양산문을 일으켰던 지증(智證)대사가 창건하였고, 도선(道詵)이 중창하였으며, 무학(無學)이 삼창하였다고 한다. 한편 조선 세조 때에는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기 위하여 한양 동·서·남·북 각각에 원찰을 정할 때 서진관(진관사), 남삼막(삼막사), 북승가(승가가)와 함께 동쪽 방향을 담당하는 사찰인 ‘동불암(東佛巖)’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불암사 목조석가여래좌상
불암사 목조석가여래좌상

불암사는 대웅전, 관음전, 약사전, 지장전, 수성전, 칠성각, 독성각, 산신각, 제월루, 일주문 등을 비롯하여 마애삼존불상, 석가사리탑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불암사는 남양주의 대표적인 기도도량답게 석씨원류응화사적목판(보물 제591호),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보물 제2003호) 등 국가지정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그 외에도 불암사 경판(경기도 문화재 제53호), 남양주 불암사 괘불도(경기도 유형문황재 제315호), 남양주 불암사 석가삼존십육나한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45호), 남양주 불암사 목조석가여래좌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48호)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석씨원류응화사적목판은 인조 9년(1631) 정두원이 명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가져온 책을 바탕으로 현종 14년(1673) 승려 지십(智什)이 불암사에서 목판본으로 발간한 책판(총 212판)이다. 지금은 서울 중알불교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어 지금은 직접 볼 수는 없다. 또한 관음전에는 보물 제2003호로 지정된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보안되어 있었다. 지난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에도 출품되었던 목조관음보살좌상은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무염이 제작한 불상으로 정확한 제작시기와 봉안처를 알 수 있어 17세기 불교조각사 연구에 있어 귀중한 자료이다. 목조관음보살좌상 또한 지금은 보존을 위해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어 직접 볼 수 없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

일주문과 2층 누각인 제월루를 지나면 전편 5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모습의 대웅전을 만나게 된다. 대웅전의 ‘불암사(佛巖寺)’편액은 한석봉(韓石峯)이라는 휘호와 함께 ‘석봉’이라고 쓴 낙관이 찍혀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대웅전 내부에는 나무로 만든 석가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삼존불 중에서 본존인 목조여래석가좌상(경기도 문화재 제348호)은 1743년에 개금(改金. 불상의 금칠을 새로 하는 것)했다는 기록이 전하고 있다. 금칠을 할 때 당시 17살이었던 화평옹주(영조의 딸. 사도 세자의 친누나)가 시주자로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어 조선초기 원찰이었던 불암사가 계속해서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남양주시 평내동에는 영조가 막내딸인 화길옹주가 시집을 갈 때 국가의 재목과 목수를 보내어 지어 준 ‘궁집’이 현존하고 있다. 대웅전에는 한국전쟁 초기 남하하는 적을 맞아 ‘불암산 호랑이’유격대로 활약하다 전사한 육사 생도 10여 명을 기리는 위패들을 모시고 있다. 위패들을 보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 싶다.

불암사 마애삼존불상
불암사 마애삼존불상

대웅전 오른쪽에는 한국사찰에서만 볼 수 있는 삼성각(三聖閣)이 자리잡고 있다. 정면에 칠성각(七星閣), 신통전(神通殿), 산령각(山靈閣) 이라는 세 가지 현판이 걸려 있어 매우 이채롭다.

대웅전 뒤쪽으로 올라가면 상당히 큰 ‘십이지신상’이 양쪽에서 수호하고 있는 마애삼존불상을 만나게 된다. 1973년 암벽에 조성한 마애삼존불상은 조각솜씨가 매우 뛰어난 마애불로 자태가 근엄하고 웅장하여 불암사의 사격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다. 삼존마애불상을 뒤로 하고 좀 더 올라가면 1989년에 태국과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진신사리보탑’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불암사 삼성각
불암사 삼성각

불암사에서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바로 불교 사물(범종, 법고, 목어, 운판) 가운데 하나인 범종을 모신 ‘법종루’이다. 행사 시에는 불암사를 방문하는 누구나 편안하게 타종을 할 수 있는데, 7월에는 일반인들도 있어 타종을 할 수 있어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방문하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불암산 호랑이 유격대 충혼탑
불암산 호랑이 유격대 충혼탑

불암사를 떠나기 전에 둘러볼 곳이 있다. 일주문 오른쪽으로 조그마한 언덕을 올라가면 남양주시와 육군사관학교가 세운 ‘불암산 호랑이 유격대’충혼탑이 서 있다. 대웅전에 위패를 모셨던 호국영령을 기리는 충혼탑으로 불암사에서는 매년 현충일에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봉행하고 있다.

자연과 사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불암사는 도심에서 가까운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불암산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산사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천년사찰이다. 무더운 여름을 맞아 조용하게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불암사만큼 좋은 곳도 없을 듯 싶다.

김규원 남양주시청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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