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에 부쳐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꿈인 인공위성 누리호(KSLV-Ⅱ)가 지난달 2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 2차례 만에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자체 기술로 위성을 쏘아 올린 세계 10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아시아에서는 4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한 ‘KF-21 보라매’ 전투기가 오는 7월 중순 첫 비행에 성공하면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스텔스 형상의 4.5세대 급 전투기를 독자 개발해 성공한 세계 4번째 국가가 됩니다. 초음속 전투기로는 8번째 국가가 되는 셈입니다.

또 올 8월에는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우주로 가고 2031년에는 달 착륙까지 계획돼 있습니다. 한류는 여전히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으며 코로나로 막혔던 관광이 열리면서 한국의 해외 공관은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여행객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후 72년이 흐른 2022년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촉발된 초유의 공급망 위기가 세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러시아-중국과 미국을 주축으로 한 우방들의 대립이 격화되는 신냉전의 한복판에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요동치는 세계 경제
전 세계의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물류 적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중된 에너지·원자재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차질은 유럽의 물가를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유로존 19개국의 지난 6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6%나 상승했습니다. 이는 1997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입니다. 에너지 가격은 무려 지난해보다 41.9%나 폭등했습니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 축소를 철회하지 않으면 세계의 물가 상승폭은 훨씬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원자잿값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올해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올 7~8월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설 수도 있다"라고 우려하자마자 물가는 6%를 넘어섰습니다. 1998년 11월 외환위기 이후 23년 7개월 만의 일입니다.

공급망의 차질에 따른 타격은 물가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2분기 반도체와 각종 부품들이 모자라 미완성 자동차 약 9만 5천 대가 재고로 쌓여있는 실정이며 현대, 혼다, 닛산 등 글로벌 업체들도 반도체 대란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올 상반기 생산량이 당초 목표치보다 평균 9.7%나 줄었습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부족 현상은 원자재 공급난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대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세계는 지금 ‘반도체 모시기’ 경쟁이 치열합니다. 대만의 TSMC와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얼마 전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rm, 10억 분의 1m)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3나노는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기술입니다. 이번 양산으로 파운드리 업계의 큰손 고객인 퀄컴이 다시 삼성전자의 손을 잡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로 반도체 시장을 리드해 간다는 계획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질서의 재편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가 지난달 열린 정상 회의에 윤석열 대통령 등 호주, 뉴질랜드, 일본을 파트너로 초청했습니다. 이번 정상 회의에서 신 전략 개념을 채택한 나토는 "중국이 주요 기술 부문과 산업, 인프라, 전략 자재, 공급망을 통제하려 하며 우주, 사이버, 해양을 포함한 국제질서를 전복시키려는 구조적 도전을 하고 있다"라고 규정하고 압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중국 시장의 50%를 점유하던 미국 보잉을 제치고 유럽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 292대를 370억 달러(약 48조 원)에 도입하는 초대형 계약을 얼마 전 체결했습니다. 이를 두고 중국의 관영매체는 "바이든은 보잉의 좌절에 주목해야 한다"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에 대한 보복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 중국의 에어버스 항공기 대량 구매는 유럽에는 화해의 손을 내밀고 동시에 미국과 유럽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나토의 신 전략 개념 채택에 대해 "글로벌 신냉전이 시작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신 국제질서의 재편과 대립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희귀 자원의 보고, 치열해지는 달 선점 경쟁
지구와의 거리 평균 38만 5천 km, 지구의 4분의 1 크기이며 지구보다 80배 정도 적은 무게인 달에 열강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1969년 58조 원을 투입해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려 최초로 유인 달 착륙에 성공한 후 행성 탐사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구 소련은 1974년까지 무인탐사선을 보냈고 일본과 중국, 인도 등도 우주탐사에 뛰어들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1970년 첫 인공위성 둥팡훙 1호 발사 후 2003년 첫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를 발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우주 굴기’에 나섰습니다.

중국은 2019년 무인 탐사선 ‘창어 4호’를 달 뒷면에 보내는 데 성공해 인류 최초로 달 뒷면을 탐사했습니다. 또한 2031년까지 화성의 토양 샘플을 가져오겠다며 러시아와 공동 우주탐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인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2030년까지 유인 달 착륙선을 보내 달 남극 지역을 탐사한다는 계획입니다.

한국도 독자 개발한 인공위성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오는 8월에 달 탐사선을 보내고 2031년까지 달 유인 탐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에도 정식 합류했습니다. 2024년까지 달 궤도에 게이트웨이를 건설하고 2028년까지 달 표면에 사람이 거주하는 유인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일본,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영국, 아랍에미리트, 우크라이나, 한국이 참여하며 브라질도 곧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아르테미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달 탐사가 아니라 각국이 역할을 분담해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유인기지를 건설하기 때문입니다. 우주시대의 새로운 대륙 분할인 것입니다. 달은 특정 국가의 소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1967년 발효된 유엔의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에는 자원의 채취 여부는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달 자원을 둘러싼 미국 주도의 새로운 우주법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달에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희토류, 우라늄을 비롯해 지구에는 없는 핵융합 에너지 원료인 헬륨 3(He3)이 100만 t 가량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 선점과 우주 패권 경쟁은 가속화될 것이고 결국 과학의 힘이 미래를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새 시대, 이제 시작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항공우주청‘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기업의 우주산업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해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도 지난 6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또한 정부는 내년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107% 증가한 24조 6천600억 원을 책정하고 국내 전략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통해 미래 첨단 분야를 선점한다는 계획입니다.

인공지능 반도체 연구에 1조 원을 투입해 전문 인력 7천 명도 양성하기로 했습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참으로 잘한 일입니다.

중부일보는 그동안 ’과학이 미래다‘ ’과학자를 키우자‘는 슬로건을 정하고 청년 과학자의 양성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오담 장학회를 통해 우수 인재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수여해 왔으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꿈을 위한 책 보내기 운동도 진행해 왔습니다. 31년 동안 국가 발전을 위해 정론직필을 기치로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새롭게 시작된 해입니다. 지난 3월엔 새로운 대통령을, 6월에는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지방의원들을 선출했습니다. 미래를 향한 대한민국호가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긍정과 흥의 민족입니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도전 DNA가 우리 역사에 흐르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로 만든 국민들입니다.

중부일보는 현재에 매몰되지 않고 세계의 흐름을 읽으며 국가의 발전을 생각해 왔습니다. 새롭게 출발한 지방정부, 중앙정부도 서로 밀고 끌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섭시다. 이제 새 시대의 문이 열렸습니다. 다시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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