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 교육감 교육정책 대립]
임태희, 취임 즉시 이재정표 정책 손질
"획일·강압적인 9시 등교 자율화"
이재정 "또다시 이른 아침 등교에 미안
8년 전 시작된 9시 등교가 잘못인가"
교육계 "어떤 정책 공감하는지 관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왼쪽), 이재정 전 경기도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첫 정책인 ‘9시 등교제 자율화’를 놓고 이재정 전 경기도교육감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7일 이 전 교육감은 자신의 SNS에 "지난 8년간 여유롭게 등교하던 아이들이 0교시 수업을 위해 또다시 이른 아침 집을 나서야 할 것 같아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8년 전 학생 요구를 받아 9시 등교를 결행한 당시 결정이 정말 잘못이었냐"고 적었다.

앞서 지난 1일 임 교육감은 경기지역 각급학교에 ‘9시 등교 자율화’ 안내를 전달한 바 있다. 취임과 동시에 이재정표 정책을 손질한 것.

‘9시 등교제’는 이 전 교육감 8년을 대표하는 정책으로 꼽힌다. 한 중학생 제안을 받아 출발한 것으로 2014년 당선 직후 전국 최초로 경기도에 도입했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진보교육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가 됐다. 지난해 3월 기준 경기지역 2천466개교 가운데 2천436개교(98.8%)가 ‘9시 등교제’를 운영한다.

임 교육감은 이 정책에 대해 "학생 수면권과 건강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해당 정책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교사·학생·학부모 등에 민주적인 의견을 듣는 과정이 없었다"며 "학교 자율성을 침해한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도입했던 것을 학교 자율에 맡기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도교육청은 지역과 학교 특성, 학생 성장·건강 등을 고려해 학교가 교육공동체 의견을 수렴하고 등교 시간을 자율로 결정, 운영토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학교 자율성’ 보장을 위해 등교 시간 변경 점검이나 권고 등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자율화가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 부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기도 했다.

임 교육감은 지난 6일 취임 기자회견 자리에서 "9시 등교를 폐지한 것이 아니라 자율권을 주고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운영토록 한 것이다"며 "학생이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데 억지로 금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경기지역 첫 보수교육감 임태희표 정책에 이 전 교육감이 못마땅한 속내를 보이면서 사실상 진보 진영의 경기교육 때리기가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전 교육감은 퇴임 직전 가진 경기도교육청 기자단과 차담회에서 임 교육감이 공약한 ‘IB 교육’은 특권교육이라는 문제점을 지적, 앞으로 경기교육이 가져올 변화가 옳지 않다면 가감 없이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9시 등교나 혁신교육 손질은 13년 진보교육 색채를 지우는 방향인 만큼, 정책을 앞장서 추진했던 전 교육감 처지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며 "경기교육 현장에 있는 교육공동체가 어떤 정책에 더 공감하는지가 관건"이라고 귀띔했다.

양효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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