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한 초등학교 앞에서 굴착기에 초등학생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굴착기가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아 ‘민식이법’이 적용되지 않자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일 발생한 평택청아초등학교 초등생 사망 사고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임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 보호구역 치사(민식이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법은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할 경우 각각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굴착기 경우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아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사망사고를 냈음에도 민식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의 규제를 받는 건설기계는 덤프트럭, 아스팔트살포기, 노상안정기, 콘크리트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 천공기 등 모두 11종이다.
때문에 이번 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도로교통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각각 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바퀴가 달린 중장비가 학교 앞에서 신호를 위반해 사고를 냈음에도 가중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어린이 보호 구역 내 아이들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법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건설 장비가 도로를 운행할 때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행 법률상 공사장 인근 경우 법적으로 안전 장치 설치 등 처리를 하도록 했지만, 중장비가 일반 도로를 이용할 때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게 사실이다"며 "중장비 차량 경우 혼잡 시간대 운행을 피하고, 큰 공사장에서 공사 차량 빈도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동선에 대해 종합적인 안전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등 제제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로교통공단 한 연구원은 "지자체가 공사 허가 시 교통약자가 통행하는 곳에 대해 사전 조사하고 우회로를 만들도록 하는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다만 공사 현장은 영구적이 아닌 일시적 상황으로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에 공사차량 출입 제한이 걸리면 오히려 또 다른 피해를 불러올 수도 있어 민식이법에 중장비 등을 포함하는 것은 조금 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 7일 오후 4시께 평택시 청북읍 평택청아초등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황모(11)양이 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던 굴착기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굴착기 기사 이모(57)씨는 사고 후 3㎞가량을 더 운행하다가 인근 서부공설운동장 도로변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발생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이씨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및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양효원·김도균·황아현·안시현기자
관련기사
-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않길"…굴착기에 숨진 평택 초등생 추모 공간, 시민 발길 이어져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않길 바라. 잊지 않고 기억할게."8일 평택시 청북읍 평택청아초등학교 정문 앞에 차려진 황모(11)양의 추모 공간에는 탄식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학교에서 마련한 황양 추모 공간에는 평택청아초 학생과 인근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과자와 편지, 꽃 등이 가득했다.황양 아버지는 추모 공간 앞에 앉아 "우리 딸이 아직 여기 있다"고 수없이 되뇌였다. 황양 고모 A씨는 "횡단보도에 아이가 있었는데 보지 못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통곡했다.평택청아초 교사들은 검은 옷을 입고 학
- [평택 굴착기 참변] 무리한 교차로 진입 빈번… 주민 개선요구도 묵살 평택시 한 초등학교 앞에서 신호위반을 한 굴착기에 초등학생이 치여 사망한 사건(중부일보 7월 8일자 6면 보도)과 관련 인근 주민들과 교사들은 예견된 참사라고 입을 모았다.왕복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줄어드는 도로 구조상 무리한 건널목 진입이 빈번하다는 것이 주민과 학교측의 설명이다.반면 도로를 관리하는 평택시는 도로설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10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가 발생한 초등학교 앞 도로는 왕복 2차선 도로로 직전 삼거리 교차로 진입로에 위치해 있다.사고를 낸 굴착기는 초등학교 정문방향 직진 차선에서 교차로에
- [현장24시] 통학로에 덤프트럭 쌩쌩…안양 냉천지구 공사장 진출입로 안전조치 허술 건설장비에 노출된 통학로 학생 안전 위협은 비단 평택(중부일보 7월 8일자 6면·11일자 6·7면 보도)의 문제만은 아니었다.안양시 냉천지구 공사현장 인근 통학로에서 덤프트럭이 오가며 학생 통학길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다.11일 오후 1시께 근명중고등학교 바로 옆. 한창 공사 중인 현장에선 25.5t 규모 덤프트럭이 5~10분 간격으로 공사장 밖을 빠져 나와 도로를 주행했다.공사장 앞은 학생들이 자주 드나들만한 카페, 음식점 등이 보였다.안양시 등에 따르면 현재 안양시 만안구 소재 근명중고등학교 바로 옆엔 냉천지구 주거환경개선
- 경기도교육청 "굴착기도 자동차"… 민식이법 개정 나섰다 경기도교육청이 ‘민식이법’ 개정에 나섰다.평택청아초등학교 앞에서 초등학생이 굴착기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중부일부 7월 8일자 6면 보도 등)했지만, 굴착기가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아 ‘민식이법’이 적용되지 않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13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민식이법’ 개정안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정식 안건으로 교육부에 전달할 계획이다.개정안에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 처벌)이 규정한 자동차의 범주를 확대하는 내용이
- 굴착기 등 건설기계도 민식이법 적용… 법무부, 법 적용 입법예고 지난달 평택청아초등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굴착기에 치여 숨진 사고(중부일보 7월 8일자 6면 보도 등) 이후 ‘민식이법’ 맹점 지적이 이어지자 법무부가 이를 보완하는 조치를 내놨다.굴착기가 현행법상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냈음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 보호구역 치사(민식이법) 적용받지 않는 등 문제점을 차단한다는 것.15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이 법 관련 어린이 치사상 가중처벌 적용 대상에 굴착기, 지게차 등 건설기계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