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대상] 언론사 자체 검증 “학생이 수업을 방해해도 교사가 해결할 방법은 거의 없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싸움을 말리는 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건은 교사의 실질적 교육·지도권이 무력화된 교실의 민낯”이라며 “교육부와 국회는 교권과 학습권 보호를 위해 즉각 생활지도법 입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문제행동에 대해 상벌점제조차 폐지됐고 수업 중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며 수업을 방해해도 교사는 학생을 진정시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등교하는 초등학생들. 중부일보 DB(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등교하는 초등학생들. 중부일보 DB(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이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육활동 침해사건은 1만 1천148건, 교사 상해·폭행 사건도 888건에 이르며, 17개 시도교육청 교원치유지원센터에 교원 심리상담 건수는 최근 5년간 4만 309건, 교원 법률지원은 1만 3천409건에 달한다.

교원단체의 주장대로 정말 교사는 학교현장에서 학생의 문제행동을 적극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중부일보가 이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관련 링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보도자료(2022년 7월 5일)

 

[검증 방법]
교사의 생활지도 권리를 알아보기 위해 교육 관련 법 규정을 확인하고, 학교 현장의 실제 대응사례와 교권 침해 방지법 규정을 둔 외국 사례를 살펴봤다.

 

[검증내용]
◇ 한국 교사가 갖는 생활지도권
먼저 교육제도와 운영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다룬 ‘교육기본법’을 확인했다. 제2장 제12조와 제14조에서 학습자와 교원에 관한 내용을 다룰 뿐, 생활지도에 관한 권리는 명시하지 않았다. ‘초·중등교육법’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교원지위법’의 경우 제2조에서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는 교원이 학생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할 때 그 권위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해야 한다”며 교원에 대한 예우를 밝혔다. 이 역시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직접적 규정이나 보장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생활지도 방법은 어떨까? 경기도 관내 중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와 퇴직 교원에게 물었다.

20년 차 중학교 교사 김 모 씨는 “교내 생활지도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유는 대부분 행위가 학생인권조례에 반하는 것으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각 시·도 교육청별로 제정·공포해 시행하는 것으로 경기도가 지난 2010년 가장 먼저 공포했고 이후 광주광역시, 서울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 순으로 시행 중이다.

조례 내용은 각 시·도마다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교육복지에 관한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들이 바라는 학생인권조례". 사진=연합
"학생들이 바라는 학생인권조례". 사진=연합

김 교사는 “(학생들과)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며 “이런 상황이 사제 간 유대관계 측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교직원 회의에서는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울 때 옆자리 학생의 손을 빌려 깨우라’는 전달 사항이 내려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30년간 교직에 몸담다 퇴직한 이 모 씨 역시 “(문제 행동을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지도 중 오히려 불이익을 입는 동료 교원의 경우를 많이 봤다”며 “퇴직하게 된 이유의 상당 부분이 문제 학생을 지도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무력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 인권은 당연히 보호하고 존중받아야 할 것이지만, 조례 명문화가 의무를 소홀히 하게 한 부작용도 있다”며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을 강조했다.

이를 종합하면 교사가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을 제지하는 최선은 부모에게 가정 지도를 부탁하거나 교내 위클래스(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제공하는 별도의 프로그램)로 보내는 것이 사실상 전부다.

◇ 교권을 위한 외국의 노력
해외에서는 교권 침해에 대응하는 다양한 법제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에서 교사의 ‘훈육할 권리’를 보장한다. ‘교사보호법’에 따라 면책특권도 갖는데, 이는 징벌적 손해에 제한을 둬 교사가 민사 책임제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법적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한다. 따라서 교사는 적절한 교육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 조처를 할 수 있다.

영국도 ‘교육과 감사법’을 통해 교사가 학습자를 훈육할 수 있는 법제적 권한을 보장한다. ‘교육법’에 근거해 학생이 수업 활동을 방해할 경우 교실 밖으로 내보내고 근신 조치도 취할 수 있다.

 

[검증결과]
우리나라 교육 관련 법인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은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직접적 규정이나 보장을 담고 있지 않다.

반면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인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어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지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학생이 수업을 방해해도 교사가 해결할 방법은 거의 없다’라는 검증문은 ‘사실’이라고 판단한다.

팩트인사이드팀(이한빛 기자, 금유진 인턴기자)

※네이버에서 팩트인사이드 기사 보기

 

[근거 자료]
1. 교육기본법(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2. 초·중등교육법(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3. 교원지위법(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4.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5. 미국 학교 훈육법 및 규정(50개 주법 교사의 훈육할 권리 보장)

6. 미국 교사보호법 일부 조항(초중등 교육국)

7. 영국 교육 및 검사법(영국 법령 제정)

8. 영국 교육법(영국 법령 제정)

9. 현직 중학교 교사 인터뷰

10. 퇴직 교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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