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맛시장④ - 이천 관고재래시장

중부일보가 경기 인천지역의 전통시장을 돌며 각 시장마다 명물로 자리 잡은 음식들을 소개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소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연중기획으로 한달에 한 번 소개되는 우리동네 맛시장. 1930년 노점에서 시작한 '이천고래시장'을 소개해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천관고재래시장에 가면 맛과 정과 향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1930년 노점에서 시작한 관고시장은 100년 가까이 이천시민들과 동고동락해 온 서민들 삶의 역사로 현재 143곳의 다양한 점포가 그 향수를 이끌고 있다.

당초 5천여 평 규모였던 관고시장은 지난 2020년에 1만여 평으로 구역을 확장하면서 143곳의 점포로 입점했고 1930년도 노점이 형성돼 100년을 바라보는 전통시장으로써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상설시장과 오일장이 혼재한 이천관고재래시장에서 그 맛을 느껴 봤다.
 

이천 관고재래시장의 명가빈대떡 허경무 대표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빈대떡을 굽고 있다. 노민규기자
이천 관고재래시장의 명가빈대떡 허경무 대표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빈대떡을 굽고 있다. 노민규기자

100년 가까운 이천관고재래시장(이하 관고시장). 정문 입구에 들어서자 옥수수 냄새가 미각을 자극하면서 재래시장다운 느낌이 먼저 들고 이어 어느 가게를 갈까 망설일 수밖에 없다. 막걸리 냄새에 끌려 한발 내딛으면 족발이 손짓하고 또 한발 내딛으면 생선가게 아줌마가 능숙한 솜씨로 도마 위의 생선을 다듬는다.

더하면 빈대떡 집에서 "어서오세요"라고 유혹하고, 그 맞은 편에는 떡볶이·순대·튀김가게가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니 100m 될까 말까 한 구간을 지나면 포만감이 들 정도다.
 

이천 관고재래시장 노상에 좌판을 편 어르신이 팔기 위해 갖고 나온 고구마줄기를 까고 있다. 노민규기자
이천 관고재래시장 노상에 좌판을 편 어르신이 팔기 위해 갖고 나온 고구마줄기를 까고 있다. 노민규기자

관고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일식집 주방장처럼 종이모자를 쓰고 능숙하게 전을 구워내는 명가빈대떡 허경무 대표의 능숙한 손놀림이 눈에 띈다.

20년 빈대떡을 굽고 있는 허 대표는 일찌감치 상인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관고시장 발전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그가 구워내는 녹두빈대떡과 각종 전은 처음 먹어 본 손님이 반드시 다시 찾는 맛집 중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장맛비가 내리는 이날 명가빈대떡 홀에는 일찌감치 손님들이 가득 자리를 메운 가운데, 한 손님은 "비오는 날엔 명가빈대떡이 최고지. 한번 온 후로 단골이 됐다"며 엄지척을 내보였다.

이어 맞은편에 위치한 이천용인닭발집.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용인닭발집 장정환(78) 대표는 연신 닭발 포장에 여념이 없다. 그 옆엔 직원 2명이 함께 순대며 튀김 등을 포장하고 있었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용인닭발집에서 매콤한 닭발을 준비하고 있다. 노민규기자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용인닭발집에서 매콤한 닭발을 준비하고 있다. 노민규기자

특히, 커다란 용기에 수북이 쌓여 있던 닭발이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때로는 더 팔 것이 없어 일찍 문을 닿는 경우도 있다고 주변에서 말한다.

이 닭발집 역시 비오는 수요일 점심시간 어디서 왔는지 손님들이 삼삼오오 테이블을 메운 채 매콤한 닭발에 빠져 있었다.

이어 재래시장답게 노상에 좌판을 편 어르신이 팔기 위해 갖고 나온 고구마줄기를 까고 있었고 그 옆에는 고구마, 감자, 호박 등을 진열하고 판매하면서 손님이 요구한 상품에 한 주먹 더 넣어 주는 정감어린 시골장터 그대로였다.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서서히 활력을 되찾는 관고시장의 모습이 이들 맛집에서부터 시작되면서 방문객은 방문객대로 상인은 상인대로 활기가 엿보였다.

요즘 이천은 경강선 즉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이천역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이천터미널에서는 문화의거리를 거쳐 도보로 10분이면 도착 할 수 있을 만큼 교통편이 좋아지자 수도권 곳곳에서 관고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이천 관고시장 전경. 노민규기자
이천 관고시장.,노민규기자

특히, 도심권 중심에 위치한 관고시장은 전통과 역사가 서린 곳으로 과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매월 2일과 7일 민속 오일장이 열려 그 옛날 향수를 느끼기에도 손색이 없는 시장이다.

여기에 관고시장과 인접해 노상 공영주차장이 있어 접근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관고시장 상인회원 점포에서 물건을 구매할 경우 한 시간 무료 주차권도 제공하고 있다.

2019년부터 상인회를 이끌고 있는 민춘영 회장은 "상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경기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사업들에 도전해 소규모 문화공연, 노후전선사업, 공유마켓, 첫걸음기반조성사업, 혁신적 마케팅사업, 동아리 사업 등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화사업으로 아케이드가 설치됐지만 2020년 전통시장 구역을 확장한 반면, 확장된 구역에 눈비가 올 경우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로 현대화시설의 추가 확장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 민춘영 이천관고재래시장 상인회장
"주차난 해결·냉방시설 설치 가장 시급, 라이브 커머스 준비 중… 야시장 열 것"

민춘영 이천관고재래시장 상인회장.
민춘영 이천관고재래시장 상인회장.

"엄마 손잡고 왔던 그 옛날 시장에 내가 자식들 손잡고 다시 찾을 수 있는 그런 시장을 만들고 싶다. 떡볶이도 순대도 상인들의 인심도 그대로 녹아 있는 이천관고재래시장이 목표다."

민춘영 이천관고재래시장 상인회장이 다부진 각오를 던졌다.

이천관고재래시장은 5일장과 상설시장이 연계된 전통시장으로, 아케이드 설치로 현대화된 상설시장과 2일과 7일 5일장이 열리면서 이천시민은 물론 외부에서도 장을 보러 오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민 회장은 "그 옛날 장날의 추억과 현대화된 시설이 갖춰져 한 번 찾은 고객들이 다시 오고 싶어 하는 그런 시장을 만드는 것에 열정에 열정을 더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위축됐던 상권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내년에 문화관광형 시장으로의 발돋움을 통해 상인들의 웃음을 반드시 되찾아 주고 싶다"면서 "(문화관광형 시장이 될 경우)대기업과 중대형 마트에 떠밀려 상권이 침체되는 것을 극복하는 데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는 또 "상설시장과 오일장이 혼재한 다양한 장점을 활용해 소비자를 위한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해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쳐나는 더 활기찬 시장을 만들 것"이라며 "오일장이 진정한 전통 시장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특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도 절실하다"고 아쉬움도 전했다.

이는 "전통시장이 살아나야 주변 골목상권도 더불어 살아나는 것이 불변의 진리인 만큼 이천시차원의 큰 관심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민 회장은 "시장 방문객들이 가장 불편한 것은 역시 주차문제다. 이어 날이 갈수록 맹위를 떨치는 폭염으로 냉방시설 설치 역시 시급하다. 여기에 아케이드 확대 설치도 상인들의 바람"이라며 "내방객들과 상인들의 편익 도모 차원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시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이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애로사항도 밝혔다.

민춘영 회장은 끝으로 "이천관고재래시장에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닭발, 칼국수, 분식, 호떡 등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맛집이 즐비하다"면서 "올해 2차로 선정된 혁신적 마케팅 사업 일환으로 라이브 커머스도 계획했고 저녁엔 야시장을 열어 고객과 상인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고 밝혔다.

김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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