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규탄 나선 소사공노
개정안 '현장·내근 경험 우대' 같지만
실상은 소방조직 비율 내근 20%뿐
가고 싶어도 못가는데 승진길도 막혀
이대로 개정땐 현장직 승진 불가능

경기도가 소방공무원 승진 관련 내근 근무 경력을 필수로 하는 규정 개정에 나선 것(중부일보 7월 20일자 7면 보도)에 대해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소사공노) 경기본부가 집행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소사공노 경기본부는 20일 성명을 내 "경기도 소방공무원 인사사무처리규정 개정안은 최근 내근기피 현상 심화에 따라 여러 사무직 우대 방안을 명문화해 해결하자는 것인데 기피 현상 심화 전제 근거가 없는 데다 개정 조항에 굉장히 불합리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도는 지난 4일 경기지역 각 소방서 등에 ‘경기도 소방공무원 인사사무처리규정’ 일부 개정안 의견조회 공문을 전달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내근기피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유연근무제 활성화와 내근 수당 신설, 심사승진 기준 등이 담겼다.

소사공노 경기본부는 이 가운데 ‘제16조 심사승진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신설된 이 기준은 각 계급별 승진심사 시 내근과 외근 근무경력을 각각 갖추도록 했다. 소방령 경우 내근과 외근 경력을 각각 4년 이상, 소방경은 각각 3년 이상, 소방위는 각각 2년 이상, 소방장은 각각 1년 이상 충족해야 한다.

소사공노 경기본부는 "언뜻 보기에는 현장과 사무직을 두루 경험한 소방관을 우대하겠다는 좋은 내용으로 보이지만, 현장 소방관에는 청천벽력과 같다"며 "현재 소방 조직 정원 비율은 대략 내근 20%, 외근 80%로 내근 기회가 많지 않아 소방관 중 내근을 경험하지 못하고 수십 년 동안 외근 경력만 쌓인 경우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대로 규정이 개정되면 이미 승진과 수당에서 오랜 기간 소외됐던 현장 소방관이 심사승진에서 배제된다"며 "최근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 경험이 많은 지휘관이 배출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음에도 현장 소방관 승진길을 막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정용우 경기본부 위원장은 "현장 소방관은 내근과 외근이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길 바라는 것이다"며 "소수 기득권 집단 논리로 불합리한 내용이 포함된 규정이 개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위원장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지난 6월 실시한 인사제도 개선방안 의견수렴 및 토론에서 제시된 일부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현원 대비 심사승진은 내근, 시험승진은 외근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이 언급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승진에서 현장 소방관들이 우대를 받고 있다는 내용은 최근 3년간 소방위 계급의 승진자만을 분석, 통계 함정에 빠지도록 유도한 것이다"며 "최근 10년간, 전 계급을 대상으로 한다면 과연 이런 판단이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양효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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