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지방선거 결과 경기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동연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경기도의회는 총 156명의 정원 중 무소속이 단 1명 없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78석으로 동일한 의석을 차지하였다. 이 결과는 한국정치사에서 광역의회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원만한 원구성 후 치열한 정치적 경쟁이 될 수 있다면 우리 지방정치 발전에 중요한 사례가 될 수도 있겠으나, 현재 진행 중인 모습은 난망이다. 경기도의회는 임기 시작 후 현재까지 원구성 협상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치를 구분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개인들에게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가 지방자치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는 대부분의 정책은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지역의 문제는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한국은 지방자치를 위해 중앙정부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한다.

지방장치단체 역시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집행부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에서 예산안 및 조례 등이 통과되어야 한다. 김동연 도지사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기도의회에서 예산안과 중요 정책 관련 조례를 의결해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의회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김동연 지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도의회가 구성되지 않은 영향은 현재 바로 나타나고 있다. 김동연 지사가 첫 번째로 추진하려고 하는 '민생회복을 위한 1조3천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은 원구성이 이루어지고 도의회에서 통과되어야만 집행할 수 있는 것이다.

7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제11대 경기도의회는 현재까지 의장선출도 못하면서 파행을 하고 있다. 원 구성을 위한 주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의장 선출에 관한 내용인데, 더불어민주당은 도의회 의장을 국민의힘과 전·후반기에 양당이 번갈아가며 맡자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전·후반기 모두 선거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의장선출 문제를 합리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상반기 2년 동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하반기 2년은 국민의힘이 의장직을 담당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앙정부와 달리 경기도의 경우에는 도지사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도지사 임기 초반에 공약과 주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의 견제도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이 문제는 78 대 78이라는 의석배분을 이용해 본회의 의결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국민의힘의 요구사항으로 알려진 경제부지사와 산하기관장 인사 추천권 문제이다.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 일부 집행부의 인사권을 야당과 공유했던 것은 과거 남경필 지사 시절의 ‘경기연정’ 모델이었다. 김동연 지사가 ‘협치’로 시작하여 ‘연정’으로 가는 정책을 지향한다고 말하긴 했으나, 이는 원구성 이후 협상해 나갈 일이지 이를 원구성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집행은 주민들의 일상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중앙의 정치와 지역의 정치는 큰 틀에서는 맥락을 같이 할 수 있겠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분리되어져ㅇ야 한다. 중앙정치의 여야 대립을 따라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경기도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이 지역주민의 생활과 지역발전을 위해 현명한 해결책을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이번 경기도의회 문제는 한국 지방자치의 수준이 발전될 것인지 퇴보할 것인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류홍채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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