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 커피를 마십니까?"

이 질문에 보통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 식사 후에, 졸릴 때, 야근할 때" 등으로 대답한다. 각자 다른 시간대 같지만, 하루 중에 거르지 않는 때가 거의 없어 보인다.

"당신은 이렇게 쓴맛이 나는 커피를 왜 마십니까?"

역시 천차만별의 이유가 나온다. 맛과 향이 좋아서, 잠을 깨려고, 사람들과 만날 때 차 한 잔은 시켜 놓아야 하는데 커피가 제일 적당해서 등, 커피는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되었는데 우리는 커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먼저 산업 규모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한국 커피 전문점 시장규모는 전체 매출 기준 43억 달러로 미국(261억)과 중국(51억)에 이은 세계 3위다. 두 나라가 3억 5천만 명, 14억 인구를 가진 걸 감안하면 한국이 얼마나 커피를 마시는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커피 프랜차이즈가 싹을 틔울 때가 2000년대로 20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도 올해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수입액이 전년과 비교해 24%나 증가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여전히 폭발적인 성장이 아닐 수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펴낸 ‘2021 식품 소비 행태 조사 음료 선호도’에서 커피는 10명 중 3명이 선택해 과일 주스, 콜라, 녹차 등을 제치고 한국인들의 ‘최애 음료’로 뽑혔다니 이제는 빵집도, 편의점도 커피 머신 하나는 들여놓고 길을 가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려놓으려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유명 연예인의 카페 오픈으로만 논쟁거리가 되었을 정도인데, 그윽한 향기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그만큼 매력적인 유혹도 없지 않겠다.

게다가 커피는 과음하면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은 신경과민이나 수면 방해 등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적당히 마시면 (하루 카페인 400mg 기준) 항산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염증을 없애는 항염 효과,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등 성인병의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도 있다.

이런 커피를 팔았던 17세기 런던의 카페(커피하우스)는 시민 활동의 중심지였고, 파리의 카페는 프랑스 혁명의 진원지였다. 사람들이 마시러 모이는 공간이었으니 자연스럽게 맨정신으로 (약간은 각성까지 된) 마시며 상인, 과학자, 정치가들이 정보를 교환하니 자연스러운 비즈니스, 생각의 교류가 이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프랑스 서민들은 하루를 연명할 빵도 없어 카페에 입장하지 못했지만, 남는 시간을 공공의 의제에 몰두할 수 있었던 지식인, 문인 등 왕정에 불만이 있었던 사람들이 카페에서 혁명까지 발전시켰으니 예나 지금이나 생각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커피는 어떤 게 좋은 맛일까. 허형만이 쓴 [커피스쿨]이라는 책에서는 좋은 쓴맛이란 ‘처음 마실 땐 진하고 쓰지만 마실수록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맛을 말한다. 또 식을수록 쓴맛은 줄어들고, 설탕을 넣었을 때 쓴맛이 감소하는 것이 좋은 쓴맛인데, 이 쓴맛을 받쳐주는 맛이 상큼한 신맛’이라고 한다.

이제 커피에 대해 간략히 알았으니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의 산책은 어떨까. 사색도 좋고, 토론도 좋다. 생각이 부딪히는 곳으로 가 향긋한 내음과 함께 우리의 정신도 깨우는 시간을 가져보자. 앤서니 트롤로프의 "세상에 무엇이 소파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더 사치스러울 수 있으랴"라는 말처럼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원 기획본부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