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초·중·고 12학년제는 유지하면서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현재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현 학제는 1949년 제정된 교육법 제96조에 기초하므로 73년 만의 개정 사항이다.

초등5세 입학은 이미 지난 정부 말기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중점 과제로 검토하다 여러 현안에 밀려 추진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초등 입학 연령을 6세에서 1세 낮춰 조기입학이 장려된 적도 있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인구구조의 변화’ 보고서에서 초등학교 학제개편을 권고한 바가 있다.

다시 73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당시 출산율, 국민소득 등 사회환경은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변하였다. 해방 후 신생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이었으나 현재 세계 경제규모 10위권이다.

하지만 출산율의 급감으로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 현재 18세인 고3학생에게 피선거권이 주어졌다. 특히 1960년대 초반까지 출산율이 연간 평균 6명대, 출생아는 90~110만 명, 인구증가율은 연 3% 정도였다. 반면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지난해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7만 2천300명이다.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의 평균)이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가 2년째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출산율이 0.7명, 내년은 0.6명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섬뜩한 비관론도 나온다.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2020년 기준 남자80.5세, 여자 86.5세로 평균 83.5년으로 OECD국가 중 2위에 해당한다. 국민소득의 증가는 식생활의 질적 향상 및 생활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져 어린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이 73년 전 6세 어린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다.

이러한 교육문화 환경과 사회환경의 변화는 취학연령 1년을 앞당기는데 사회적 동인(動因)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부 설명대로 조기 의무교육의 목표는 학습격차 누적 최소화다.

초등학교 입학 전 유아교육의 질적 격차에 따라 초등학교 입학 이후 학습격차가 생길 수 있다. 출발선부터 발생한 학습격차가 누적되면 뒷날 대학입시까지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1년 앞당겨 교육과 돌봄의 격차를 줄이고, 어린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여 출발선부터 학습격차를 최소화하려는 이유다. 영유아기 및 초등학교기 교육투자 효과는 성인기에 비해 16배 더 나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다음으로 취업연령이다.

취업연령은 25.0세(대졸자 26.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2.9세보다 2년가량 늦다. 여기에서 청년들의 군복무기간(육군과 해병은 18개월,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1개월) 공백은 취업과 인과관계를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이 또한 사회적 합의에 따른 적정한 사회적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직업교육학회 자료에 따르면, 취업연령이 1세 낮아지는 경우 초혼연령이 평균 약 3개월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찍 졸업하고 취업할수록 결혼을 위한 경제적 여건이 조성되는 시기가 빨라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출 경우 사회진출 시기를 앞당겨 경제활동을 할 기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고3에 해당하는 18세 학생들의 피거선권이 초등 5세 입학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정계에 진출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 전국에서 7명의 고3학생이 기초·광역의원에 출마한 바가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학제개편은 입법사항으로 기압꼴의 배치도 불리하다. 먼저 여소야대 정국, 유아교육계, 진보의 명도와 채도가 짙은 시민·사회단체 등 곳곳이 언덕이다. 현 정부의 낮은 지지율도 국정동력을 얻기에 신통치 않다. 73년만의 학제개편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정신으로 전 국민의 알로마더링(Allomothering·온 마을이 나선다)을 기원해 본다.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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