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밀크플레이션' 우려
원유 차등가격제 도입 놓고 갈등
낙농협회 "줄도산 위기 외면 말라"
다음주 유가공업체 규탄집회 예고
납품 거부 가능성 우유대란 우려
편의점서 일부 가공유 가격 인상

우유
지난 3일 수원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신연경 기자

정부와 유업계, 낙농단체가 갈등을 빚으며 올해 원유(原乳) 가격 협상이 멈춘 가운데 우유뿐 아니라 빵, 커피 등 우유 관련제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가 단체 한국낙농육우협회(낙농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올해 원유 기본 가격 조정기일인 8월 1일이 사흘 지난 이날까지도 낙농제도 개편과 원유 가격에 관한 협의가 중단된 상태다.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달 28일 "정부와 낙농협회 간의 신뢰가 훼손됐다"고 이유를 밝혔고, 낙농협회 측은 "사료값 폭등으로 줄도산 위기에 처한 낙농 현실을 외면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낙농협회 측은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까지 원유 가격 조정 협상 참여 거부 의사를 밝힌 유가공업체 규탄 집회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매일유업 평택공장과 빙그레 도농(남양주) 공장으로 남양유업의 경우 협상 의지를 밝혀 제외됐다.

이 같은 문제는 낙동가와 유업체가 지난해 8월 정부가 발표한 ‘생산비 연동제 폐지와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안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게 발단이다.

원유 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한 농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8월 1일 생산분부터 반영돼 왔다. 그러나 올해는 정부의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두고 낙농가가 반발하면서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으로 음용유의 가격은 1리터(L) 당 1천100원으로 현 수준을 유지, 가공유 값은 가공유는 800~900원 수준으로 낮게 적용한다는 게 정부의 추진 방안이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유가공업계 역시 현행 제도로는 저렴한 수입산 유제품과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차등가격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낙농협회 한 관계자는 "최근 2년 사이 배합사료 가격이 31.5~33.4%, 조사료 가격이 30.6% 폭등했다"며 "낙농가의 실질생산비가 1천 원 내외를 육박해 일일 우유생산 1톤 규모의 낙농가도 15일치 사료값을 제하면 40만 원대 밖에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제도 개편 반대 이유를 들었다.

낙농협회는 당장의 납유 거부 계획을 밝히진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대치가 계속될 경우 농가의 원유 납품 거부에 따른 우유 수급난과 빵, 커피 등 우유가 사용되는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푸르밀과 연세우유, 서울F&B 등 유가공 업체들이 부자재값 상승 등을 이유로 원유 가격 결정 전인 지난 1일자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인기 가공유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마트에서 만난 주부 박모씨(38)는 "요즘 장 보러 나오면 물가 오른 걸 실감한다. 아이들 간식으로 우유와 빵을 자주 사는 편이라 우유 가격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연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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