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지역 갈등 난제]
尹정부 반도체산업 육성 지원 불구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착공 부진
부지 30% 보상절차 미완료상태
여주시 공업용수 지원 보상요구
"중첩규제로 고통… 희생만 강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에 혹독한 ‘경제 겨울’이 덮쳤지만, 반도체 시장은 호황기를 맞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정부가 34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 ‘반도체 초강대국’을 위해 전폭적인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가시밭길. 지역 갈등, 법적 제도 미비 등으로 장애물이 산적해서다. 중부일보는 경기도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본격 추진, 반도체 핵심 클러스터인 평택·용인 반도체단지의 인프라 구축 비용과 기술개발 세제 혜택 확대 등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토지보상 문제, 반복되는 지역 갈등으로 발목 잡혔다.

4일 경기도·용인시·SK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시행사 SPC(특수목적법인) 용인일반산업단지는 지난 4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착공계를 용인시에 제출했다. 이에 지난달 14일 윤석열 대통령. 김동연 경기도지사,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참석하는 화려한 착공식을 계획했지만, 실제로 이뤄지진 못했다.

착공 코앞에서 토지 보상 문제와 각종 지역 민원 등으로 잠정 보류되면서다.

122조 원 규모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토지 보상 등 절차가 지연되며 올 상반기 착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원. 김근수기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원. 사진=중부DB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고당·죽능리 일원 415만㎡에 120조 원 규모 재원을 투입해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지난 2019년 3월 개발계획이 확정된 이후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주민들이 합리적 토지 보상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착공은 3년 동안 하릴없이 5차례 연기됐다.

용인시 관계자는 "클러스터 부지 중 약 30%에 달하는 토지에 대한 보상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며 "수용 용지가 산발적으로 있기 때문에 토지 보상이 100% 완료되지 않으면, 공장 설립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반 인프라를 둘러싼 지역과의 갈등 또한 반복되고 있다.

용인일반산단과 여주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공업용수 취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여주시가 ‘합당한 보상’을 주장하며, 공업용수 지원을 반대하면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월 공업용수 시설 구축을 위한 인허가를 용인시에 요청했으나, 여주시와의 이견으로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주시 관계자는 "여주 남한강 등에서 1·2차분으로 하루에 57만t이 나간다. SK하이닉스가 시내 대학교 반도체 기기 지원 등을 제시했지만, 희생에 비해서 합당하지 못하다"며 "중첩규제로 고통받고 있는 시에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은 이기주의"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산업단지를 적기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용지 마련과 전력, 용수 등 인프라 확충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여주시가 안을 제시하면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갈등은 이번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은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서안성~고덕 간 24㎞ 중 산간 1.5㎞ 구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건강권을 이유로 들며 지중화를 요구했다.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은 해당 구간에 송전탑 가공선로를 설치했다가 2년 후 해당 구간에 터널을 뚫어 지중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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