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화재 참사 희생자 발인식이 어제 진행됐다. 유족들과 추모객들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특히 희생자 중 환자들과 함께 화재 현장에서 숨진 현은경 간호사의 안타까움에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경찰은 숨진 현 간호사가 마지막까지 환자 곁에서 대피를 돕다 유독가스에 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 한 동료 간호사는 환자의 생명을 끝까지 지켰던 현 간호사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인식은 투석 받다 숨진 70대 여성 등 투석 환자들과 현장에서 대피를 돕다 숨진 현 간호사 순으로 진행됐는데 우리 역시 이들 환자들과 끝까지 함께한 현 간호사의 희생정신에 안타까움을 같이 하고 있다.

알려진대로 참사가 발생한 이번 불은 4층짜리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했는데 짙은 연기가 바로 위층 투석 전문 병원으로 유입되면서 투석 치료를 받던 환자 4명과 이들을 돌보던 간호사 1명 등 5명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끝내 숨진 일이다. 당장 정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청와대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이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유족들에게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과 예방 조치를 해달라고 지시한 점도 잊지 않았다. 더구나 현 간호사의 살신성인 정신에 깊은 감동과 함께 안타까움을 표했는데 아마도 국민을 대표해 감사와 위로를 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화재의 원인과 과정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사망한 환자 4명은 혼자서 거동이 원활하지 않은 고령자였지만 숨진 간호사 현은경씨는 달랐다. 아직 나이도 젊고 움직이는 데 불편이 없었지만 연기가 자욱한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에 소방 당국은 투석 중인 환자들의 몸에서 투석기를 떼내는 등 마지막까지 홀로 움직이기 힘든 환자들을 돌보느라 제때 병원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간호사는 20년간 간호사로 묵묵히 일하며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키워 왔고 평소 본인이 힘든 순간에도 내색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었다고 지인들은 전하고 있다. 조만간 현 간호사의 부친이 팔순 잔치를 앞두고 변을 당해 주변을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휴가 나온 아들은 어머니 현 간호사가 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불만을 말한 적도 없고, 딸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커다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이런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현장을 지켜온 직업인들은 적지않다. 이천소방서장 역시 화재가 나 대피할 시간은 충분했던 상황으로 보여 숨진 간호사는 끝까지 환자들 옆에 남아있다가 돌아가신 것으로 보인다는 말로 그 정신을 기렸다.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이런 직업인의 정신을 보여준 일에 우리 역시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와 유사한 상황의 재난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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