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어렵다' 고정관념 깨려 노력한 1년
초대대표로서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 흥미
포천관광지 100년 먹거리 콘텐츠화 목표
임기 중 중장기 계획으로 세워 추진하고파

"포천문화재단은 시 내의 예술인 뿐 아니라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누구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문화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경기도내 기초문화재단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포천문화재단. 지난해 6월 코로나19라는 악조건을 이겨내고 포천문화재단이 출범한 지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재단은 ‘시민이 행복한 문화 예술도시 포천’을 표방하고 주민들 눈높이에 맞춘 공연, 전시로 14개 읍·면·동 주민들의 발걸음을 이끌어냈다. 포천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달려온 제갈현 포천문화재단 대표를 만나 1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갈현 포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1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천문화재단의 전시 ‘멀리보다:백남준의 TV’ 전시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제갈현 포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1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천문화재단의 전시 ‘멀리보다:백남준의 TV’ 전시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음악을 전공(바이올린)했고 예술경영이라는 학문을 현장에서 30여년간 몸소 터득하면서 매일 매일을 새로운 일들을 즐겨 하면서 살아왔다. 문화계의 갑과 을의 일들을 번갈아 가며 체험하면서 문화기획과 경영은 추진력이 동반돼야만 생명력이 있음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바이올린을 전공했지만, 예술경영이나 기획 쪽에 더 흥미를 느꼈다. 대학생 때 교수님들의 연주회를 기획하고 홍보하는 일이 너무 재밌었다. 그러다보니 예술대학원을 열망하게 됐다. 대학 졸업 이후 곧바로 결혼해 가정에 집중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음악 활동은 지속했지만,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 현장에서 실무자로 근무한 배경을 바탕으로 예술경영을 공부했다."

-포천문화재단이 출범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대표이사로서의 소회가 듣고 싶다.

"문화재단 초대라는 자리는 영광스럽고 책임감 또한 여느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시작 하지 않았나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모든 게 멈추어졌을 때 나에게 다가온 운명이라 생각하며 가늘고 길게가 아닌 굵고 짧게, 그렇게 첫 포천문화재단을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고 타 도시와는 조금 다른 포천만의 문화재단을 꿈꾸어 보았다.직원들의 다양한 실력들을 염탐하면서 일을 던져 보는 것 또한 도전이자 의미있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1년을 지나면서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습들이 감사하고 고맙기 그지없다."

제갈현 포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1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천문화재단의 전시 ‘멀리보다:백남준의 TV’ 전시장 입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제갈현 포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1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천문화재단의 전시 ‘멀리보다:백남준의 TV’ 전시장 입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초대 대표이사의 책임감이 막중했을 것 같다. 0에서부터 새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저는 오히려 그게 재밌었다. 기존에 있는 단체들은 무엇을 추진하려고 하면 근거와 규정을 따지지 않나. 그런데 포천문화재단은 제가 일을 하면서 만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올 때 ‘기존의 재단들이 해오지 않은 일을 해보자’는 각오를 했다. 처음엔 여섯 명의 직원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했다. 마음을 맞추고 정말 일을 하고 싶어하는 직원들로 재단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올 5월에 재단 직원 정원이 채워졌는데, 모두 열정을 가지고 맡은 바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 대표의 뜻을 잘 따라와주는 직원들 덕분에 사업을 진행하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똑같은 공연이라도 조금 다르게 진행을 하고 싶고, 비슷한 내용의 전시더라도 색다름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그 첫 출발점이 바로 시립예술단이다. 포천에는 약 8천 개의 기업이 있다. 이 곳에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꾸린 다문화 가정도 많은데,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똑같은 포천 시민이지 않나. 이 아이들을 시립예술단에 영입시키고자 이름을 ‘포천시립소년소녀다다름합창단’으로 바꿨다. 다문화 합창단의 시립화는 전국 최초다. 또, 문화예술 거점공간 지원사업을 시행했다. 문화는 공연장, 전시장에서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주변 어디에서 쉽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하고 공모를 받으니 가정집에서도, 돼지 축사에서도 지원이 들어왔다. 저는 문화재단이 예술인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포천시민을 위한 재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점공간 지원 사업도 이런 맥락에서 출발했다. 문화도시의 초석을 마련하고 싶었다."

-포천문화재단이 그동안 주력으로 진행해온 사업은 무엇인가.

"우선은 지역사회에서의 문화재단의 역할이 무엇인지 재단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해야하는 곳인지를 알리는 것이 더욱 필요해 보였다. 반월아트홀이라는 문화시설은 시민들이 누려야할 문화 놀이터임을 깨우치기 위한 공연장 문턱을 낮추는 프로그램 개발과 시민들과 소통하는 전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시기획, AI프로그램을 통한 문화예술교육, 지역 예술단체들의 견인차 역할에 주력 했으며 시민들과 공감할 문화예술지 ‘하이픈’ 창간까지 쉼 없이 달려 온 듯 하다. 지역 어르신 대상 자화상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이들의 그림을 가지고 전시 ‘포천이 행복한 사람들’을 진행했다. 어르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넣은 달력을 제작하고 명함을 만들어 나눠드렸다. 평생 미술관 문턱을 넘어본 적 없는 노인들도 자신의 그림이 걸렸다고 하면 자연스레 걸음을 하게 마련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14개 읍·면·동에 전시관의 존재를 알렸다. 이 밖에 청주 국제 비엔날레 연계 전시, 그림책 전시 등 주민들이 편하게 미술관을 찾아올 수 있는 문화행사들을 다수 진행했다."

제갈현 포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1일 인터뷰를 마친 후 사무실에서 포천 프린지 페스타를 소개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제갈현 포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1일 인터뷰를 마친 후 사무실에서 포천 프린지 페스타를 소개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지난 6일까지 진행된 포천38프린지페스타는 어떤 축제인가. 또, 프린지 페스타가 갖는 의미도 궁금하다.

"포천38프린지페스타는 포천의 역사를 재조명하며 평화를 주제로 하는 자유로운 예술활동의 대명사 ‘프린지’와+ 페스티벌을 연상하게 하는 이름으로 결정이 됐다. 38은 북위 38도를 의미한다.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38개의 문화공간에서 200여 개 팀의 8가지의 콘셉트로 펼친 문화예술 축제다. 에딘버러 프린지를 포천화 하는데 집중했다. 포천의 14개 읍·면·동을 모두 다니며 마을마다 문화적 특색을 먼저 파악했다. 포천만이 지니고 있는 자연과 숲과 물과 어우러지는 특별한 공간들이 공유되고 예술가와 기획자,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자발적인 구조로 예술과 삶이 결합되는, 좁게는 지역민들의 소통과 문화놀이터가 되는, 넓은 의미로는 도시 활성화와 문화산업의 원동력이 되는 그런 문화도시 포천을 디자인 하고자 한다. 첫해 첫 축제로서의 부족함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포천세계합창제, 백남준 미디어아트 특별전, 세계한민족 춤축제, 포천윈드앙상블페스티벌, 모돈갤러리 릴레이전시, 허브아일랜드의 향기샤워축제, 라벤더축제, 가면댄스페스티벌 등 누구나 참여 할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14개 읍·면·동 구석구석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도시 포천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포천이라는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하시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달라.

"딱히 어려운 점이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외지인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과 기대에 찬 눈빛들 속에서 견뎌야 하는 외로움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 무엇을 해도 믿고 바라봐 주기보다는 검증이라는 절차가 더 우선이 돼야 하는 행정들과의 시간싸움과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들속에서 이해와 설득의 기다림들이 지치게 할 때가 있었던 것 같다."

-포천의 문화적 특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포천의 문화는 우수한 자연환경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자연환경이 주는 관광지에 보편적 공감대를 지닌 문화적 콘텐츠는 곧 세계적 콘텐츠로 도약하는 그것이 포천의 문화적 특색이 아닐까 한다. 또, 14개 읍·면·동이 저마다의 고유한 색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근현대사를 거치며 남과 북을 넘나들었던 지역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얽혀있다."

제갈현 포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1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천문화재단의 전시 ‘멀리보다:백남준의 TV’ 전시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제갈현 포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1일 인터뷰를 마친 후 포천문화재단의 전시 ‘멀리보다:백남준의 TV’ 전시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남은 임기 동안 꼭 완수하고자 하시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1년을 3년처럼 보낸 지금으로써는 새로운 목표 보다는 1년 동안 해왔던 계획들을 좀 더 살을 붙이고 안정화 시켜나가는 것이 지금의 목표라면 목표이며, 중장기 계획들 속에는 앞으로 포천문화관광재단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포천의 관광지가 지역민들의 향후 100년 먹거리가 될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산업화 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끝으로 시민들과 예술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문화공간은 도시전체가 고유공간이어야 하며 문화도시는 누구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즐길 줄 아는 그 자체의 시민의식이 만들어내는 문화가 바로 문화시민이며 문화도시가 아닐까 한다. 하나와 둘, 둘보다 셋, 그렇게 모여 공유하는 문화는 늘 우리곁에 일상이 되고 삶이 되기를 희망한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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