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우리 곁에 파고든 기후위기> 

기상 이변이 심상찮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고 극지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린다. 사막 한가운데 폭우가 쏟아지고, 원인 모를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한반도에는 지난 6월, 사상 최초로 열대야가 관측됐다. 기상 이변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 중부일보는 이러한 현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인지 팩트체크하고, 우리의 대응상황을 3편의 기획 보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남의 일 아니다’…SNS 통해 기후재앙 우려 확산
2. 기후 위기와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3. 수도권 지자체의 기후위기 대응과 방향 점검


[검증 대상] 인터넷 커뮤니티 “국내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새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확대를 천명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총 설비 용량 28.9기가와트(GW) 원전 28기 운영이 목표다. 또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설계 분야에 120억 원을 조기 집행할 방침이다.

한울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사진=원자력환경공단
한울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사진=원자력환경공단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핵폐기물 포화상태’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골자는 핵폐기물 저장시설 부족으로 원전산업 확대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근거가 있는 주장일까? 중부일보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나라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 포화상태에 대해 알아봤다.


[관련 링크]

1.커뮤니티 게시물(보배드림 유머 게시판)

 

[검증 방법]

지난 7월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내 원전 관련 산업 계획을 살펴봤다. 또 한국수력원자력 열린원전운영정보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포화도 및 포화 시점을 확인했다.

 

 

[검증 내용]

◇원전 확대로 전환한 尹 정부 에너지 정책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월 8일 기준 우리나라 총 원전은 24기로 3기는 건설, 2기는 정지된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추진하던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30%에서 20%대로 줄이고, 원전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재확립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원전을 확대한 영국이나 체코 등과 제로화 계획을 유보한 벨기에에서 볼 수 있듯 국제적으로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는 데다, 우리 원전 기술력이 수출역량을 갖췄고 성능 강화를 통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종합적인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원전이 기후위기에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지난 7월 6일, 유럽연합(EU)은 2년간의 논쟁 끝에 원전을 천연가스와 함께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는 녹색분류체계 법안을 확정했다. 완전히 재생할 수 있는 에너지는 아니더라도 과도기적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도 지난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했다. 녹색분류체계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리하는 체계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하지만 친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원전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할 시설이 없다는 점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방향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환경단체 환경운동연합은 "원전이 기후위기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에서 나오는 온배수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바닷물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시켜 지구온난화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국제사회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0년 최종에너지의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을 32%에서 40%로 상향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45%까지 상향을 결정했다.

미국도 2035년 발전부문 완전한 탈탄소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발전부문 탈탄소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일본 또한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22~24%에서 36~38%로 대폭 상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역시 2022년 탈원전을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2030년 에너지 소비를 25% 줄이고, 재생에너지 목표를 80%로 높일 계획이다.
 

◇국내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포화도는 평균 74.8%

그렇다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국내 원전의 폐기물 처리 현황은 어떨까. 한국수력원자력 열린원전운영정보에 공개된 올해 2분기 기준 사용후핵연료는 51만2천461다발로 나타났다.

원전본부별 임시 저장시설 포화도를 살펴보면 고리 원전(8기)이 85.9%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울 원전(7기, 82.5%), 한빛 원전(6기, 74.9%), 월성 원전(4기, 74.7%), 신월성 원전(2기, 62.9%), 새울 원전(2기, 25.4%) 순이었다.

전체 저장용량(68만5천460다발) 대비 저장량 평균은 74.8%로 집계됐다. 원전 수 합계는 총 27기로, 운전이 정지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시험운행 중인 신한울 1호기가 포함됐다.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포화도 및 포화시점. 그래프=황인권 기자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포화도 및 포화시점. 그래픽=황인권 기자

원전의 포화 시점은 조금씩 편차를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예상 포화 시점은 고리·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신월성 원전 2044년, 새울 원전 2066년이다.

이를 연장하기 위해선 영구처분시설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처분시설 추가 건설을 위해 40여년째 부지를 물색중이지만 여전히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임시방편으로 해당 원전 부지에 한시적으로 폐기물을 저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증 결과]

국내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의 저장량 평균은 74.8%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8년 뒤인 2031년 고리·한빛 원전이 포화하고, 1년 뒤 한울 원전마저 저장용량이 포화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국내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라는 검증문은 대체로 사실이라고 판단한다.

더불어 윤석열 정부가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린다고 밝힌 만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발생량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리시설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팩트인사이드팀(이한빛 기자·금유진 인턴기자)


※네이버에서 팩트인사이드 기사 보기


[근거 자료]

1. EU 분류법: 보완적 기후 위임법

2. [보도자료] (참고자료)「새정부 산업통상자원 정책방향」 업무보고

3. 2022 환경부 업무보고(환경부 유튜브)

4. 국가별 원전운전현황(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

5. [논평] 환경규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환경부의 업무보고(녹색연합)

6. 재생 가능 사용 및 에너지 절약을 위한 MEP 백 부스트(유럽의회 7월 13일 보도자료)

7. 2030년 온실 가스 오염 감소 목표 설정(2021년 4월 22일 미국 백악관 성명서)

8. 일본 제6차 에너지 기본계획 107페이지(일본 자원에너지청)

9. 독일의 탈원전(독일 연방 원자력 폐기물 관리 안전국)

10. Energiewende beschleunigen-Mehr Energie aus erneuerbaren Quellen(독일 연방정부)

11. 2022년 2분기 사용후핵연료 저장 현황(한국수력원자력 열린원전운영정보)

12.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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