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청사로 이전 후 공실 상태
활용 방안 확정된 것 없이 계획안만 무성
상인들 "상권 다 죽어 죽을 맛…활용안 논의 서둘러달라" 호소

"예전에는 많은 사람이 방문해 텐트도 치고 놀던 활기찬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가끔 유령도시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경기도청 구청사 정문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미려 팔달산 상인회장의 말이다.

공실이 된 경기도청사 전경. 사진=박지희기자
공실이 된 경기도청사 전경. 사진=박지희기자

경기도청 광교 신청사 이전으로 공실이 된 옛 도청사의 구체적인 공간 활용 계획 논의가 지연되면서 인근 상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청사 이전으로 인해 주 손님층이 빠지며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데다, 도청 관리 부실 및 정문 앞 도로 공사로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고 있어서다.

경기도는 지난 5월 30일 7주간에 걸친 청사 이전작업을 마치고 광교 신청사에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도는 청사 이전으로 공실이 된 10개 동 연면적 5만4천74㎡ 규모의 팔달구 구청사에 경기도기록원과 통합데이터센터를 조성하고, 건설본부 등 일부 부서와 도에서 설립한 17개 센터가 입주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동연 지사도 선거운동 기간 동안 구청사 내에 도내 6천여 개의 사회적 경제 기업을 지원할 사회혁신 복합단지를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 6월 29일 민선 8기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수원 팔달구 옛 도청에 스타트업, 소셜벤처, 사회적 약자, 청년, 지역공동체 문화예술인 등이 입주·참여하는 경기도 차원의 새로운 창업·복합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청 구청사 내 주차장 입구에 거미줄이 처져있는 모습. 사진=박지희기자
경기도청 구청사 내 주차장 입구에 거미줄이 처져있는 모습. 사진=박지희기자

그러나 계획안만 무성할 뿐 아직까지 구청사 활용방안에 대한 확정된 사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증명하듯 11일 오후 찾은 옛 도청사는 마치 ‘죽은 도시’를 보듯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으며, 대다수의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어 휑한 느낌을 더했다.

제3별관 앞 야외 화장실 내부에 붙어있는 화장실 점검표는 언제 작성했는지 모를 희미한 글씨만이 남아있었으며, 화장실 입구 불만 켜져 있을 뿐 각 칸이 모여있는 공간은 들어가도 불이 켜지지 않았다.

운동장의 잔디밭은 발을 넣으면 신발 앞창이 충분히 덮일 만큼 자라 있었으며, 구청사 곳곳에서 거미줄과 쓰레기, 무성한 잡초 등을 볼 수 있었다.

경기도청 구청사 내 도보가 잡초로 뒤덮여 있는 모습. 사진=박지희기자
경기도청 구청사 내 도보가 잡초로 뒤덮여 있는 모습. 사진=박지희기자

구청사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진옥(59)씨는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청사 이전을 추진해 지금 상황이 매우 안 좋다. 오늘 점심에도 2팀밖에 못 받았다. 이 근방 상인들의 상황도 모두 같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차일피일 미룰 것이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구청사 활용 방안에 대해 최근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구청사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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