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맛시장⑤ - 안성 중앙시장

중부일보가 경기 인천지역의 전통시장을 돌며 각 시장마다 명물로 자리 잡은 음식들을 소개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소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연중기획으로 한달에 한 번 소개되는 우리동네 맛시장. 경기도 남쪽 끝에 위치한 안성 시내에 있는 '안성고중앙시장'을 소개해본다.


‘안성중앙시장’(이하 중앙시장)은 경기도 남쪽 끝에 위치한 안성 시내에 있다. 안성은 예로부터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의 삼남 지방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으로 교통의 중심지였다.

‘안성장’은 이러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대구장과 전주장에 더해 조선 3대장의 하나로 꼽힐 정도였다. 그러나 1905년 경부선이, 1914년 호남선이 안성이 아닌 인근 지역인 평택을 지나게 되면서 영남과 호남, 충청 등 삼남의 길목이던 안성은 지리적 이점을 상실하면서 ‘안성장’은 쇠락하기 시작했다.

‘안성장’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하는 곳이 중앙시장이다.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일수 끝자리가 2와 7인 날에 서는 5일장인 ‘안성장’이 수 백년째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에 중앙시장은 안성의 전통시장을 대표 한다.

안성중앙시장 입구. 류제현기자
안성중앙시장 입구. 류제현기자

과거와 현재, 상설시장과 전통의 오일장이 공존하는 중앙시장은 오랜 역사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없는 것 빼고 다 있다’고 한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시장 옆에 있었을 때는 물건을 꺼내놓기 무섭게 잘 팔렸다고 하지만, 현재 중앙시장은 1천493평 부지에 노점 포함 97곳의 점포가 옹기종기 입점 해 있다. 비록 규모는 크기 않지만 이 곳 상인분들은 보통 4~50년 이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전통시장의 향수를 느껴보기 위해 중앙시장에 들어서면 반기는 것은 입맛을 당기는 구수한 음식 냄새와 시장상인들의 푸짐한 정이다. 제일 먼저 각종 방송에 소개되어 맛집으로 소문난 한경식당이 눈에 띄었다.

안성중앙시장에 있는 한경식당과 가마솥
안성중앙시장에 있는 한경식당의 이 대표가 한우국밥을 조리하고 있는 모습. 류제현기자

한경식당의 대표적 음식은 한우국밥이다. 한우잡뼈를 3시간 이상 고아낸 육수에 담긴 한우국밥은 누린내가 나지 않는 시원한 감칠맛도 일품이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한경식당 이신환 대표는 금년 3월 안성중앙시장 상인회 총무가 되어 궂은일에 앞장서고 있다.

한경식당에서 조금 더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영양찰떡과 약식으로 유명한 보령떡방앗간이 있다. 40년 전통의 보령떡방앗간 문해규 대표는 등단한 지 30년이 된 시인이다.
 

보령떡방앗간
보람떡방앗간 문해규 대표가 감성까지 스며있는 약식을 선보이고 있다. 류제현기자

보령떡방앗간은 떡도 직접 만들지만 참기름까지 직접 만들어 약식에 사용하기 때문에 더 고소하고 더 깊은 맛이 난다고 한다. 푸짐한 고명에 더해 시인의 감성까지 스며있는 약식의 맛은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일 정도다. 보령떡방앗간은 수년에 걸쳐 바우덕이 축제 때 안성을 대표하는 떡집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어 시장의 중앙에 위치한 풍년상회는 오래 전부터 제수용품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에는 전집으로 더 유명하다. 풍년상회 홍현식 대표는 전 대덕면장이다.

홍 전 면장은 퇴직 후 부인 오세숙씨와 함께 부친의 건어물 가게를 이어받아 풍년상회와 풍년전집을 운영하고 있다.

홍 대표는 본인의 조상님께 음식을 대접하듯 제물을 만든다고 한다. 항상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만든 제물을 저렴한 가격대로 제공하니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풍년상회는 명품 차례상, 기제사, 고사, 시제상에 필요한 제사 음식과 각종 전, 건어물 등을 취급한다. 이와 함께 점포 내에서는 각종 전과 여름 특미인 콩국수, 수제비 등과 특히 여러 건어물로 맛을 낸 육수로 끓여낸 칼국수를 내놓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풍년상회를 나오니 옆에서 닭 튀기는 냄새가 고소하다. 젊은 부부가 같이 운영하고 있는 총각닭집과 만복닭집이 서로 마주보고 한국인의 대표 안주인 통닭을 튀겨내고 있었다. 총각닭집은 특히 옛날식 통닭으로 유명하고, 만복닭집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등 기본에 충실하여 맛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중앙시장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이 많지만 특별히 자랑할 만한 곳을 꼽으라면 알찬상회를 빼놓을 수 없다. 알찬상회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45년 전통의 만물시장이다. 알찬상회를 지키고 있는 박찬희 씨는 1977년 창업 당시 돌잡이 아기였지만 지금은 부친을 대신해 가게를 운영하는 어엿한 내공 10년 차 상인이다.
 

안성중앙시장 송억한 상인회장
안성중앙시장 송억한 상인회장. 류제현기자

2022년 3월부터 상인회를 이끌고 있는 송억한(65) 중앙시장 상인회장은 "먹거리 시장 활성화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옛 안성장의 명성을 재현해 많은 손님들이 넘쳐 나는 중앙시장을 만들어 보고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인들의 화합과 단결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송 회장은 위축돼가는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주변환경 개선을 강조한다.

장터의 긴 역사만큼 안성중앙시장 상인들의 경력은 대부분 4~50년을 훌쩍 넘긴다. 시장상인들에게 중앙시장은 희노애락의 애환이 묻어나는 삶의 터전 그 자체이다.

중앙시장 상인회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7월 안성시노인복지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페트병 수거 등 주기적인 행사를 진행하고 새로운 활동방안도 모색 중이다.

송 회장은 "재래시장을 찾는 방문객들이 가장 불편한 것은 주차시설이다. 시장주변 도로 주차장 관리에 안성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희망한다"라며 "중앙시장을 찾아주시는 고객을 위해 안성시와 상인회가 50%씩 부담해 주차쿠폰을 발행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안성시에서 전통시장 활성화 자금을 지원하지만 예산사용에 대해 지정하다 보니 음악회나 맥주축제 등 1회성 행사에 지원금을 사용해야 한다. 시장에 긴급한 부분이 생겨도 사용이 어려워 전통시장 특성에 맞는 지원이 됐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이어 송 회장은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상인 정보통채널에 상인들이 100% 가입하고 교육수강을 많은 상인들이 참여해 전국 2등을 하는 성과를 보여줬다"며 "상인 정보통은 전국의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벤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우리 상인들이 노력하고 있는 모습과 단합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중앙시장 먹거리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울의 광장시장, 양평 전통시장 등 벤치마킹을 많이 다니고 있다. 우선 노후된 전기선 교체작업과 바닥 아스콘 포장 등 기반시설 개선을 위해 힘 쓰겠다"라며 "5~60년이 넘은 노후화된 건물들이 많다 보니 화재의 위험이 가장 우려된다. 상인들이 마음 편히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류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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