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동네책방 27곳 참여…가족부터 연인·친구들 발길
판매·작가와의 만남·북토크에 캘리·판소리 등 프로그램 풍성
"동네서점 스스로 모여 기획…자연 속에서 위로 받는 기회:

17일 용인 용담저수지에서 열린 ‘동네책방축제’.
17일 용인 용담저수지에서 열린 ‘동네책방축제’.

책과 책방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 곳에 모였다. 지난 17일 용인 용담저수지 인근에서 열린 ‘동네책방축제’는 경기도를 비롯해 서울, 충청의 책방들까지 총 27곳의 책방들이 참여했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저수지를 둘러싼 책방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줄지어 자리한 천막 아래로 각양각색들의 책방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부모님 손을 잡고 책을 구경하는 어린이부터 강아지를 데리고 온 연인, 친구들과 삼삼오오 수다를 떨며 체험하는 학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았다. 판매대를 슬쩍 훑어보기만 해도 각 서점들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17일 용인 용담저수지에서 열린 ‘동네책방축제’. 김유진기자
17일 용인 용담저수지에서 열린 ‘동네책방축제’. 김유진기자

책방축제라고 하지만 책 판매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작가와의 만남, 캘리와 초상화, 타로 교실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수원 ‘랄랄라 하우스’의 김소라 책방지기는 부스를 찾은 이들에게 타로카드 해설을 들려줬으며, 광주 ‘노란부엉이’ 최용호 책방지기는 책을 구매한 어린이 고객을 위해 즉석에서 초상화를 그려 선물했다. 최 책방지기는 "산책한다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다양한 책방지기님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책을 사가는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쪽에서는 책방지기들의 북토크가 한창이었다. 20여 년 이상 책방을 운영해온 베테랑 책방지기부터 한 달차 ‘막내’ 책방지기까지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진행을 맡은 파주 쩜오책방의 이정은 책방지기는 "오전만 하더라도 행사장에 사람이 없어 책방지기들이 서로의 책을 사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오후가 되니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활기가 돈다. 책방을 하기 어려운 시기에도 꿋꿋하게 책방을 이어가고, 새로 문을 여는 책방지기들을 위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17일 용인 용담저수지에서 열린 ‘동네책방축제’. 동네책방 대표들의 토크가 진행 중이다. 김유진기자
17일 용인 용담저수지에서 열린 ‘동네책방축제’. 동네책방 대표들의 토크가 진행 중이다. 김유진기자

이 밖에 동시 교실, 판소리·설장구 배우기 등 남녀노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참가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파주 쩜오책방부터 대전 버찌책방까지 이토록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책’ 때문이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임후남 용인책방사이(용인 동네책방 단체) 대표는 "출판사, 도서관 등 유관기관과 얽히지 않고 책방지기들이 스스로 뜻을 모아 행사를 기획, 진행했다. 문화소외지역인 농촌에서 이러한 행사가 열린다는 것도 의미가 깊다"며 "동네책방 어디를 가도 색깔이 다 다르다. 27곳의 동네책방 모두 서로 다른 책들을 가지고 나왔는데, 동네책방 축제는 한 자리에서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자연 속에서 책과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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