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도시공간에 대한 구조주의 논문으로 등재 학술지에 나의 논문이 게재되었다. 논문 게재가 확정되고 난 뒤에 인하대학교를 통해 유정복 인천시장의 세미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다시금 도시 철학에 대한 깊은 사고를 시작하게 되었다.

도시 철학은 도시의 구조적 특징이 도시 내 공간적 성향과 불일치하는 관념적 오류가 있을 때 도시 철학이라는 사유를 통해 도시의 구조적 의미를 확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도시 철학은 도시 공간에 대한 사유 체계이다.

시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도시 철학은 곧 공간의 언어라 달리 표현할 수 있다. 도시 공간에 대한 사유를 통해 도시의 구조적인 문제로 우리의 관심을 돌릴 때 도시 철학은 우리에게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오게 된다.

인천광역시의 도시 구조에는 문제점이 많다. 동쪽에 위치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구’라 네이밍 되어있는 자치구를 비롯하여 중구 또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지 않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런 내용들을 손 보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존 서울시 브랜드인 I·SEOUL·U를 손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사실 문법도 맞지 않고 뜻 또한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이 I·SEOUL·U라는 브랜드는 많은 이들이 오래 전부터 유감을 표시해오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의 사상체계가 그러했다면 우리는 그를 해당 도시의 철학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서울은, 인천은, 또 대한민국은 어떻게 구조화 되어 있는가. 우리는 그 의미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그렇게 구조화 된 도시가 추구하는 사유체계에 우리는 참여할 의지가 있는가. 도시 철학은 공무원들에 의한 행정적 개념만은 아닐 것이다. 도시 구성원 모두가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천시는 ‘뉴 홍콩시티’라는 사업명을 ‘뉴 글로벌시티 인천’으로 바꿔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하루만에 ‘뉴 홍콩시티’로 사업명을 되돌리겠다고 하는 등의 웃지 못할 해프닝을 보여줬다. 이는 도시에 대한 명확한 철학의 부재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라 진단할 수밖에 없다.

2년 전 나는 인천시 서구가 전국 지자체 순위에서 1위를 달성했을 때, 서구청장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인천광역시 서구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는데, 구청장님은 서구가 추구하는 브랜드의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해줄 수 있느냐고. 구청장으로부터 되돌아온 대답은 "생각해본 적 없음"이었다.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은 나는 충격을 받았다. 브랜드 가치평가에서 1위를 달성한 지자체가 스스로 추구하는 브랜드의 가치가 없다니.... 공무원들의 사상과 전략, 그리고 철학적 사유범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지금이라도 도시철학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오히려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실 좀 많이 늦긴 했다. 아무 생각이 없는 도시를 지목하여 도시의 가치 브랜드를 1위로 평가내리고 있는 우리 사회이지 않은가.

여전히 공무원들은 그래프와 숫자만 상향되면 우수한 것으로 여긴다. 비단 공무원뿐 아니라 우리 역시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사상이 평가된 적 없다. 뛰어난 계산법만이 1위를 만들고 있을 뿐.

장기민 경희대학교 외래교수, 창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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