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고슬(膠柱鼓瑟), 사마천의 사기(史記), 염파-인상여열전(廉頗-藺相如列傳)에 나온 말이다. '안족을 고정시켜 놓고 비파를 탄다'는 뜻으로 음조를 바꾸지 못하고 한 가지 소리만 내는 사람 즉, 규칙에 얽매여 융통성 없이 기존 관습만을 고집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이곤 한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관습적 규제로 인한 폐해를 타파하고자 규제혁신시스템을 발표하고 상향식(Bottom-up) 규제혁신 추진이 한창이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I(인플레이션 Inflation)의 위협과 동반한 R(경기침체 Recession)의 공포, 즉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건전한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규제에 대해선 '원칙 허용·예외금지 적용방식'인 네거티브 규제로 개선하는 것이 경기부양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기업 중 정부 또는 지자체 지원사업을 신청해보지 않은 기업은 드물 것이다. 예를 들어 수술용 로봇을 제조하는 스타트업 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같은 기술로 중복지원은 금지하도록 규제하면서 중복성 검사를 필수로 심의하고 있다. 예산낭비 방지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긴 하나 실패를 통한 성장을 도모하는 스타트업에겐 뼈아픈 규제라 할 수 있다. 정부지원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고 설령 실패했을지라도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기술을 추가 개발하며 성공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스타트업의 본질이다. 따라서 한번 지원한 기술에 대해서도 추가 지원이 가능하도록 기술개발 분야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야 스타트업 기업들이 폭넓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정책금융지원 시스템도 마찬가지이다. 실패기업에게는 재지원을 하지 않았고, 다른 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목적의 신규대출도 불가능하였다. 도덕적 해이 방지와 신규대출을 통한 고용 및 투자 확대 등 선순환을 목적으로 한 규제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들이 스타트업 기업들이 창업 후 실패하였다가 재도전에 성공하기 힘든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년 9월 인류역사상 최초로 우주비행사 없이 민간인만 탑승하여 무사 귀환에 성공하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X 프로젝트는 '일단 시작하고 고친다'라는 공격적인 방식에서 출발하여 지금의 성공신화를 창출했다. 그러나 성공신화 이면에는 연이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인내심을 가지고 스페이스X 프로젝트에 꾸준히 지원한 결과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실질적 지원의 일환으로 경기도와 경기신용보증재단은 도내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관습적 규제를 개선하고 백기사를 자처하고자 한다. 우선 민선8기 민생안정 특별대책에 부응하여 '창업실패자 재도전 희망특례보증'을 9월부터 개선했다. 지원대상, 규모 확대 및 상환조건을 완화하였으며, 아울러 '고금리 대환 및 저금리 운영자금(신용UP) 특례보증'을 전격 시행했다. 고금리(연10% 이상) 대출 대환 및 경영애로 기업 등을 저금리로 지원하여 기업하기 좋은, 누구나 재도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한국은행 추산 2022년 상반기 기준 기업부채가 1천609조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8%나 늘어난 위험 상황이다. 무분별한 대출 확대가 아닌 소기업·소상공인들이 버티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체력 강화를 위해 대출금리 상환부담 경감과 실패 기업인들의 재창업, 재도전 지원 확대가 이번 대책의 주요 골자이다.

우리 경제는 현재 실물과 금융의 동반침체라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지금의 위기는 세계정책연구소(WPI) 소장인 미셸부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제시한 '회색코뿔소(gray rhino, 사전에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간과하는 위기)'의 위기이다. 멀리 있던 회색코뿔소가 다가오고 있다. 변화가 가져올 충격에 대비하여 경기도와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사활을 걸고 도내 소기업·소상공인이 규제의 산을 넘고 지속성장의 큰 길을 달릴 수 있도록 한발 앞서 대응할 것이다.

이민우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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