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부실대응 논란
악성앱 설치 유도 후 계좌 돈 털어가… 개인정보로 비번도 발급 급박 상황
2차 피해 우려에 직접 신고했지만 "사실 증명 해오라" 사실상 접수 거부
경찰 "본인이 계좌 막는 게 더 빨라… 신속한 구제 위한 절차 거부 아냐"

사진=연합 자료(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 자료(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최근 A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신고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지만, 경찰이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딸을 사칭한 문자에 속아 소액의 피해를 본 상황을 설명하고 신고 접수를 요청한 A씨에게 경찰은 "피해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가져와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피해 사실 서류를 갖춘 뒤 다음 날 다시 올 것을 요구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피해로 개인정보가 모두 노출됐고 당시 범인들이 이를 이용해 비밀번호까지 발급받은 상황에 신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경찰 대응이 너무 부실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성동탄경찰서가 보이스피싱 피해자 신고 접수를 거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화성동탄경찰서와 피해자 A씨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3일 자신의 딸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보험료가 나와야 하는데 휴대전화가 고장났다. 아버지 통장으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고령인 A씨는 의심 없이 개인정보와 계좌 인증번호 등을 건넸고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내에 따라 앱을 설치했다. 보이스피싱범은 A씨가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하자마자 계좌에 있는 모든 돈을 인출하고 모바일 일회용 비밀번호(OTP)까지 발급받았다.

이틀 뒤인 25일 자신이 범죄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A씨는 즉시 경찰을 찾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경찰이 ‘피해 사실 증명 자료를 가지고 다음 날 다시 접수해야 한다’며 사실상 신고를 받지 않은 것.

피해 사실 증명은 계좌 기록 등을 통해 피해자 본인의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으로, 계좌 정지 등 후속 절차에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 같은 설명 없이 ‘피해 사실 증명’ 자료만을 요구, 무작정 다음 날 다시 신고해야 한다고 안내했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A씨는 "신고하러 경찰서에 간 자체가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것 아니냐"며 "경찰의 부실 대응에 피해 금액이 적으면 신고가 불가능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가져갔지만,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며 "어떤 피해 사실을 어떻게 증명해 오라는 것인지 명확히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화성동탄서는 신속한 구제를 위해 필요한 절차로 신고 접수를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화성동탄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 이용 계좌 경우 경찰보다 본인이 직접 정지하는 것이 더 빠르고 휴대전화는 당장 기술적 확인이 어려웠던 상황이었다"며 "조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안내하는 과정에서 소통에 오해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도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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