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거주 외국인 200만 시대, 전체 인구의 약 4%로 결코 적지 않은 숫자. 우리사회는 어느새 다문화 사회로 성큼 진입했다.

단기·장기체류외국인, 귀화인, 이민자 2세대, 해외동포, 결혼이주, 노동이주 등 한국사회 다문화 구성원의 스펙트럼 역시 다양하다.

통계청을 비롯한 각종 기관들이 발표한 지표에서는 향후 10~20년 한국인들의 저조한 출산율과 외국인 이주 증가 등이 더해져 우리사회에서 외국인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한국사회의 다문화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지만 5천년 단일민족의 환상속에 살아온 우리들에게 다문화는 아직 익숙치만은 않다.

지난 26일 개소 2주년을 맞은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는 소소한 행사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주는 것은 물론 각종 행정서비스 등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 이역만리 한국으로 찾아온 그들에게 지지대가 되고 있다.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의 첫 두 해를 이끌어온 김용국 센터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한국의 다문화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용인시외국인센터를 소개하자면?

"센터는 크게 상담·통역, 교육, 복지, 문화라는 큰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상담은 노무상담, 심리상담, 법률상담, 일반상담이라는 세부 카테고리로 역시 나뉘어져 있으며 공인노무사, 정신과 전문의, 변호사, 행정사 등 전문인력의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통역은 필리핀, 베트남, 태국, 네팔, 러시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다양한 나라별 통역사들이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주민을 지원한다. 센터 방문 통역과 전화 통역은 물론 병원, 은행, 출입국사무소 등의 동반 통역 또한 지원 중이다.

교육이라는 카테고리 내에서는 기본적인 한국어 교육, 디지털 역량강화교육, 사회통합프로그램, 다양한 국가자격증 및 민간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평생직업교육 등이 이뤄진다. 복지의 측면에서는 주기적으로 센터 내 물품지원행사는 물론 직접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으로 찾아가는 물품지원행사를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복지사각지대의 외국인주민을 위한 긴급지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문화로는 내외국인이 소통하는 문화소통프로그램과 외국인주민 문화탐방 등이 대표적인데,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교류하고 이해해가는 것을 중심 목표에 두고 아시안 화원, 아시안 공방, 아시안 벽화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지난 25일 열린 ‘모두·함께·다 같이’ 축제는 어떤 행사인가?

"이번 행사는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 개관 2주년을 자축하는 자리인 동시에, 올해 센터가 야심차게 시작한 ‘외국인주민 자조모임 지원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행사이다. 2020년 9월 26일 개관식을 가진 이래 딱 2년이 됐다. 그동안 작은 씨앗들이 뿌리를 내려 단단한 줄기를 이루고 바야흐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하는 때이니 만큼 의미가 큰 행사다. 외국인 주민들을 위해 플리마켓, 미니 체육대회, 레진공예체험, 페이스페인팅, 네팔 헤나 체험, 프로필 사진 촬영, 작품전시회, 노무상담, 심리상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국가별 자조모임 멤버들을 주도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외국인주민의 공동체의식을 고취시킴과 동시에 사회통합 증진을 도모한다.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이주배경 아동 및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주민들이 한데 어울리는 것은 물론 각 프로그램마다 외국인주민들이 강사 및 자원봉사자로 참여함으로써 평소 센터가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인 ‘호혜·협력·평등’을 실현시키는 자리이기도 하다."

- 용인시 소재 외국인들의 특질이 있다면?

지자체별 등록 외국인의 국가별 순위는 함의를 담고 있다. 그리고 남녀의 구성비율 역시 그렇다. 용인시의 경우는 제조업체 종사 외국인근로자와 시설채소 단지를 비롯한 농촌지역 근로자의 수가 많다. 이러한 지표는 용인시의 산업이 어느 분야를 중심에 두고 있는가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다. 또 전국적으로 보면 여성의 비율이 많은 곳들은 결혼이주여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 예비 중인 계획을 소개한다면?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는 재한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이다. 그렇다 보니 재한외국인은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해 이주노동자, 유학생, 난민, 아프가니스탄 등 특별 귀화자 등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사연과 이주동기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 생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센터의 역할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생활에 여러 불편함이 없이 우리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작업의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와 노동자들을 대하는 사업장의 인권의식 증진, 노동자 각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에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는 이주민과 접하게 되는 한국인들의 문화수용성이 개선되고 강화될 수 있도록 보다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다.
 

-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피소드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주민들이 한국생활에 정착하는 과정에 참으로 많은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는 것이 매우 힘겹다.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배우자의 여러 환경적 요소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채 결혼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이 문제를 야기한다. 더욱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한국어 공부가 가장 필요하지만 결혼생활 10년이 넘도록 교육기관에서 한국어 교육을 접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주노동자의 경우도 사업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내 정착을 위한 자기개발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어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우리사회, 갖춰야 할 것은?

대한민국은 이미 재한외국인의 비율로 볼 때 국제사회가 정한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문화수용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매우 낮은 편이다.

첫 번째는 한국인들이 단일민족이라는 허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서 기인된다고 생각한다. 또 이주민들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한국정부의 정책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UN은 2030년 64억 명이 국가간 이동을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는 태어난 나라와 성장하고 결혼하고 죽음을 맞는 국가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의미한다. 한국 역시 다양한 문화에 대해 접할 수 있도록 평소에 연습이 돼야 한다.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 등을 통한 부분적 이해가 아니라 각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그래야만 미래 사회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문화에 대한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어느 때 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다.

- 외국인센터 운영 외, 연구를 병행하는 학자로 알고 있다. 연구도 궁금하다.

"대학원에서 고전문학과 민속학을 전공했는데 연구의 주제어는 ‘공동체’다. 주로 공동체의 형성 원리와 공동체가 어떻게 운영됐으며 어떻게 발전하면서 평화로운 상생을 도모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행정리와 동 단위를 1천 개 이상, 마을의 숫자로는 3천 개 이상을 조사하고 보고서와 단행본, 논문을 집필했다. 활동의 결과로 ‘경기도 마을만들기’를 기획·실행했으며, 아울러 아시아의 문화를 한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강좌를 개설해 3년간 36개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강의했다. 또 KBS 3Radio ‘김용국의 아시아문화이야기’를 통해 2015년 52회 방송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아시아 각국의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우리 문화의 궁금증을 풀어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태극의 원형은 어디로부터 시작된 것인지와 같은 것이다. 한국 내 이주민과 재외 한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저술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전쟁 당시 튀르키예 참전군인들이 수원시에 설립했던 ‘앙카라학원’을 새롭게 조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종착지는 특히나 인종적 차별을 겪고 있는 아시아인들의 자긍심을 북돋고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아시안 공동체를 수립하는 것이다. 이 일에 역할을 할 수 있고 자그나마 역할을 수행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 마지막 한 마디?

"아직도 우리 사회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한국문화의 형성과정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재한외국인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크다. 서로의 다름이 존중되고 서로의 다름이 존중받는 평화로운 공동체가 구현되기를 소망하며 연구와 센터운영을 통해 오직 그 길만을 열심히 걷겠다."

안형철기자
사진=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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