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천에 둘러싸여있는 행궁동문화거리. 이곳은 음식문화거리와 가구거리가 한 데 모여있으면서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는 수원지역 최고(最古) 상권 중 한 곳이다. 특히 이곳의 명물인 ‘수원통닭거리’는 1970년대 좌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지역민은 물론 외지인들에게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행궁동문화거리는 비록 노후화와 코로나19 확산세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일상회복에 맞물려 남녀노소를 불문한 나들이, 외식 코스로 자리잡는 데 꿋꿋이 나아가고 있다. 중부일보는 행동동문화거리의 거리를 둘러보고 특장점과 앞으로의 비전 등을 돌아봤다.
 

수원통닭거리 입구. 용성통닭과 대봉통닭이 보인다. 황호영기자
수원통닭거리 입구. 용성통닭과 대봉통닭이 보인다. 황호영기자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수원천 남수교를 마주보고 100m 정도 길이 골목에 위치한 수원통닭거리. 이곳은 1970년대 일대 재정비와 함께 문을 연 원조 점포부터 신생 점포까지 10여 곳의 가게가 통닭을 튀기고 있다. 메뉴는 프라이드와 양념, 그리고 2019년 영화 ‘극한직업’으로 다시금 흥행 반열에 오른 ‘수원왕갈비통닭’ 등으로 단출하다면 단출하다. 하지만 요즘 치킨과는 차별화된 맛과 가격으로 예나 지금이나 전국 각지의 방문객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통닭거리는 1970년대 좌판에 닭장을 놓고 손수 닭을 잡아 튀기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리의 터줏대감을 지키고 있는 ‘매향통닭’과 더불어 ‘용성통닭’과 ‘장안통닭’, ‘진미통닭’ 등 점포들을 만날 수 있다.

남수교 방면으로 통닭거리에 들어서면 이곳이 통닭의 성지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점포는 바로 ‘용성통닭’이다.

1978년 5~6개의 테이틀로 작게 출발했던 용성통닭은 지역 안팎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성장하다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 현재 지역내 2개 직영점과 더불어 본점만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했다.

2000년부터 용성통닭을 인수해 22년째 운영하고 있는 한창석(68) 대표는 용성통닭 성장의 원동력으로 ‘후라이드’와 ‘양념’, 개점 초기부터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오고 있는 ‘옛날통닭’을 꼽는다.

특히 한 대표는 50여 년간 변함없이 사용하고 있는 용성통닭만의 전용유가 소비자들에게 변하지 않는 맛을 선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2000년 용성통닭을 인수해 22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한창석(68) 용성통닭 대표. 황호영기자
2000년 용성통닭을 인수해 22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한창석(68) 용성통닭 대표. 황호영기자

한 대표는 "하루 600~700마리, 많게는 1천 마리가 팔리는데 20ℓ들이 전용 기름을 50~70통 정도 사용하고 있다"며 "점점 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재료와 레시피에 있어서는 그때 그 맛을 기억하는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고자 타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 IMF 여파, 202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여파 등 지난 20여 년간 힘든 적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실패를 예상하거나 품질, 직원을 조정할 생각은 갖지 않았다"며 "실제 많은 고객들이 용성통닭을 사랑해줬고 2019년 수원왕갈비통닭이 등장한 영화 ‘극한직업’이 천만 관객 영화로 대히트를 치면서 이곳을 비롯한 수원통닭거리 전체가 급부상, 골목이 활성화되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대표 간식, 안주로 자리잡고 있는 통닭을 선사하고 싶은 것이 꿈이자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통닭은 대중음식이기에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 소비자의 입맛을 최대한 맞추는 품질이 뒤따라야 한다"며 "수원통닭거리가 사랑받는 이유 역시 힘든 시절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을 선사했던 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통닭거리 주축 점포로서 변함없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성통닭에서 거리 내부로 조금 더 들어가면 장안통닭에서 나는 고소한 기름냄새가 다시 발길을 잡아끈다. 안으로 들어서면 생각보다 큰 공간에 배치된 테이블 10여개가 시끄럽지 않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경옥삼(64) 장안통닭 대표가 통닭 서비스에 들어가는 닭모래집과 통마늘을 튀겨 보이고 있다.
경옥삼(64) 장안통닭 대표가 통닭 서비스에 들어가는 닭모래집과 통마늘을 튀겨 보이고 있다.

이곳의 주인 경옥삼(64) 장안통닭 대표는 27년동안 통닭거리에서 닭을 튀겨왔다. 경 대표가 자랑하는 장안통닭의 매력은 신선한 재료와 푸짐한 인심이다.

그는 2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통닭 가마솥 앞에서 떠나지 않고, 서빙에서 포장까지 손수 나선다. 주인장의 손길이 곳곳에 미치는 것이 바로 장안통닭의 장수 비결이다.

닭을 연신 튀기며 경 대표는 "닭을 튀긴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뜸을 들이는 것"이라며 "튀기는 중간 중간 눌러 핏물을 빼줘야 더욱 잡내 없이 고소한 닭 튀겨 낼 수 있다"고 장안통닭의 비법을 귀띔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충격은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다. 사정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이전의 70~80%수준이다.

경 대표는 "하루에 30만 원을 팔아본적은 가게 문을 연 이래 처음"이라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 한 달에 4번 있었던 휴일을 없애고 연중무휴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닭뿐 아니라 서비스로 나가는 닭모래집과 통마늘 역시 다른 점포보다 후하게 내준다고 자부한다.

장안통닭에서는 한 달에 마늘 값만 300만 원이 지출되고 닭모래집도 하루에 60~70kg가 서비스로 나간다.

경 대표는 오는 30일부터 개최되는 통닭거리 축제 대해서도 기대감을 내비췄다.

그는 "일대 상권과 가게를 알리는데 많은 도움이 됐는데 코로나 등으로 이어지지 못해서 많은 안타까움이 있다"며 "이번 축제로 이 지역이 많이 알려져 주중에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이번 축제에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기대가 큰 만큼 이번 축제 이벤트에 쓰일 통닭 40마리를 통 크게 선뜻 내놨다. 인근의 다른 가게들도 비슷하게 각출했다.

경 대표가 내놓은 통닭은 축제 기간 이벤트와 추첨 쿠폰을 나눠주고 가마솥 퍼포먼스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통닭거리에서 팔달시장 방면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가구점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남문가구거리’라고도 불리는 ‘팔달문가구거리’다.

통닭거리보다 더 이른 1960년대부터 자개 장롱을 주문제작하며 자리를 잡아온 이곳은 현재 침대, 장롱, 책상, 협탁 등 가구를 취급하는 매장들이 줄지어 자리를 지키고 있다.

60여 년째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수원시 행궁동 팔달구가구거리. 황호영기자
60여 년째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수원시 행궁동 팔달구가구거리 모습. 황호영기자

수십년 째 터줏대감으로서 신뢰와 노하우를 쌓아온 팔달문가구거리는 1980~1990년대 황금기 시절 경기도 전역에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비록 1990년대 수원시가 급격한 도시화를 진행하면서 팔달문가구거리에 소재하던 가구점들이 권선동 가구거리로 대거 이전, 그 규모와 위상은 예전같지 않지만 현재도 ‘아는 사람들은 아는’ 알짜 가구 상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구거리 상인들과 행궁문화거리상인회는 팔달가구거리의 특장점으로 유명 오프라인 매장과 같은 질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즉 ‘가성비’를 지목한다.

이덕형 행궁동상인회 사무국장은 "팔달문가구거리는 70여 년간 자리하며 쌓아온 제품에 대한 신뢰와 가격경쟁력, 인근 시장, 음식문화거리와의 연계접근성 등이 최고의 장점"이라며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의 많은 성원을 당부하며 상인회 역시 가구거리의 주차환경 개선과 홍보 등에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호영·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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