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IC에서 약 2.5㎞ 떨어진 어느 시골길. 한적한 길을 따라가다보면 동화 속에서 나올 법한 커다란 분홍색 건물이 맞이해준다. 이곳을 알고 찾는 이들에게도, 우연히 들린 이들에게도 놀랄만한 기억을 안겨다주는 행운같은 공간 ‘세런디피티78’을 찾았다.

◇0에서 1… 하나 둘 모여든 뜻밖의 행운들=세런디피티78은 뜻밖의 행운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책방의 이름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행운들이 이 곳으로 모였다. 김영화 책방지기는 "우리 부부가 나눔과 실천의 삶을 살기로 생각한 후 만든 문화공간으로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모임도 생겼다"고 말했다.

사서 교사였던 김 책방지기에게 책방이란 운명과도 같았을까. 그의 뜻에 공감하는 이들이 한 명씩 모이기 시작해 어느새 어엿한 동네의 문화사랑방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78은 무슨 뜻일까. 7전8기의 78을 의미하기도 하고, 경제학의 ‘파레토 법칙’을 뜻하기도 한다. 어떤 일이 완성되는 데 전체의 20%가 나머지 80%까지 결정한다는 법칙으로, 책방지기는 자신의 노력이 22%이고 나머지 78%는 주변의 도움이라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또, 78세까지 문화활동을 하고 싶은 책방지기의 소망도 담겨있다.

◇세런디피티78의 모임=주된 활동은 독서모임이다. 책의 성격이나 주제에 따라 나눠 진행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김 책방지기 또래를 대상으로 하는 모임을 진행했는데 지금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50대 여성이 모인 팀은 지금은 40대에서 60대까지 함께 모이고 있다. 60대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많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한다. 토론을 하는데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 생각했던 인상 깊은 면이 다르고 40, 50, 60대의 관점이 모두 다르다. 때로는 토론이 아슬아슬하기도 하지만 끝나고 나면 모두 재미있다고 말한다. 다르다보니 더 풍성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격려해주니까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또 다른 팀은 달빛독서회가 있다. 직장인들이기 때문에 매주 모일 수는 없지만 한번 모이면 심도있는 토론이 된다. 그래서 달빛 독서회 주최로 작가와 만남을 하기도 한다. 모임마다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니 생각이 확장되는 듯 하다.

김 책방지기는 "이 곳 책방에 와서 지속적으로 책을 사가고 책방을 도와주려는 선의에 참 감사하다"며, "이런 관계가 지속 되는 게 참 좋고, 소중하게 생각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지역과 소통하는 책방=김 책방지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바로 나눔과 소통이다.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우선시 하는 그는 지역 농민들의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플리마켓을 비롯해 바자회, 옥토버 페스티벌 등을 기획하고 있다. 또, 연주자와 직접 대면하면서 호흡을 느낄 수 있는 라이브 무대 음악회를 진행하려고 한다. 인디밴드, 클래식 기타, 앙상블, 피아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무대에 올리려고 한다. 이밖에 추억의 영화 등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 상연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달항아리의 전시회, 그림 전시회, 자신의 삶을 정리 기록하는 글쓰기 교실, 귀농 귀촌을 위한 은퇴준비 교실 등 여러 장르 분야에서 흥미로운 행사들을 기획 중입니다. 즉,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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