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범, 본인 농협계좌서 피해자 우체국 가상계좌로 200만원 송금
농협-우체국 서로 상대은행 안내…사실상 피해구제 신청 접수 거부
피해자, 양 기관 수차례 오고 간 끝에 접수…금감원 "어디든 신청 가능"

보이스피싱 피해자(중부일보 10월 4일자 5면 보도) 구제신청을 두고 은행 간 접수를 떠넘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금융감독원과 피해자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8월 13일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아 모두 1천만여 원의 금전피해를 입었다.

보이스피싱범은 A씨 농협 계좌에서 우체국 가상계좌로 200만 원가량을 송금하고, 나머지 700여만 원은 타은행 계좌를 통해 범행했다.

범죄 피해를 인지한 A씨는 16일 계좌정지 등 피해구제신청을 위해 각 은행을 방문, 700여 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A은행은 즉각 신청을 접수했다.

문제는 가상계좌를 통한 편취 피해가 벌어진 농협, 우체국 등 두 은행에서 서로 신청 접수를 타 기관으로 미루며 발생했다.

A씨가 처음 찾은 의정부농협 신곡지점은 ‘피해액이 우체국 계좌로 이체돼 우체국으로 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뒤이어 찾은 의정부 신곡1동 우체국은 ‘피해가 농협에서 발생, 농협에 신청해야 한다’며 농협으로 재차 안내했다.

두 기관 모두 사실상 구제를 거부한 것으로 A씨는 양 기관을 수 차례 오고간 끝에야 우체국에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피해구제 신청절차에 따르면 피해자는 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 또는 사기이용계좌를 관리하는 금융회사에 피해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을 받은 금융기관은 즉각 접수, 구제절차를 밟아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두 은행에 걸쳐 피해가 발생한 경우 어떤 은행이든 한 곳에 신고를 하면 된다"며 "금감원이 사기 피해자에게 설명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농협과 우체국 모두에 구제신청이 가능함에도 상대 은행에 가야 한다며 공을 떠넘긴 것이다.

A씨는 "경찰 피해사실확인서까지 제시했지만, 두 곳 모두 접수할 수 없는 데다 명확한 안내 조자 해주지 않아 답답했다"며 "보이스피싱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요즘 금융기관에서 정확한 업무처리 메뉴얼도 없고 너무 안일한 것 아닌지 의문이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양 금융기관은 피해자의 빠른 대응을 위해 효율적인 방안을 안내해 준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정부 신곡1동 우체국 관계자는 "범행에 가상계좌가 사용, 피해자 주민등록증만으로는 우체국에서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며 "때문에 거래 내력을 즉시 알 수 있는 농협에 접수를 안내했는데 농협에서 어떤 이유로 접수를 거부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의정부농협 신곡지점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신속한 처리를 위해 돈이 송금된 우체국을 안내한 것이지 접수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도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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