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북스를 채운 책장의 각 공간은 책들의 방이 된다. 노민규기자
비북스를 채운 책장의 각 공간은 책들의 방이 된다. 노민규기자

분당 야탑동의 한적한 주택가 안쪽에 자리한 동네책방 ‘비북스’. ‘BEBOOKS-beyond books’가 새겨진 하얀색 간판엔 책과 빵을 동시에 연상케 하는 그림이 함께 담겼다. 자칭 ‘북티시에’라 소개하는 책‘빵’집 주인이 맛있는 책을 골라 추천하는 곳이다. 작가와의 만남과 강연회,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 등 책 관련 행사와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고, 사적 모임도 가능한 공간이다.

비북스 (14)
맛있는 빵을 고르듯 책을 고르도록 한 비북스의 큐레이션. 노민규기자

-책방? 책빵!+책의 방=비북스에서는 다양한 맛의 빵을 맛볼 수 있다. 단, 입으로 먹는 빵이 아닌, 눈으로 읽는 빵이다. 책방지기인 김성대 대표는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려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은 많은데, 삶을 윤택하게 해줄 감성과 지성을 채우려 책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라며 "마음의 양식인 책을 찾아 비북스에 방문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책과 음식이 둘 다 양식이라는 공통점과 책방의 발음[책:빵]을 활용해 여러 의미를 담은 책방지기의 위트는 비북스를 표현한 그림포스터와 공간 여기저기에 놓인 소품으로도 확인된다. "책‘빵’집의 ‘북티시에’가 되어 마련한 여러 책‘빵’ 가운데 고객의 입맛에 맞는 책을 추천하고 제공하는 게 제 역할이죠." 김 대표는 ‘책방’이라는 명사에 의미를 하나 더 부여했다. ‘책을 사고파는 가게’라는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일반 서점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책방’을 ‘책이 있는 방(室)’ 그리고 ‘책의 방’으로 여긴다. 비북스의 공간 전체를 책이 있는 방으로 본다면 책장의 나뉜 작은 공간들은 책들의 방이 된다. 자신만의 방을 가진 책들 대부분은 ‘책등’이 아닌 ‘책표지’가 잘 보이게 진열돼 있다. "책에 공간을 준다는 것은 그 방 안에서 책이 숨 쉬도록 하는 거예요. 책장을 칸칸이 나눠 몇 권의 책만 놓은 건 책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함이고, 책의 전면을 보이게 하는 건 독자에게 책이 살아있음을 알리려는 의도예요. 출판 관계자들은 책등을 보인 책을 두고 생명을 다한 책이라고까지 말하거든요."

글쓰기 모임 회원들이 서로의 작품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사진=비북스
글쓰기 모임 회원들이 서로의 작품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사진=비북스

-아마추어 작가 양성소=비북스는 지난해 경기도 인증서점 문화활동 지원사업의 글쓰기 창작소로 선정돼 단편 소설집을 한 권 펴냈다. 올해도 비북스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책으로 엮어진다. 사실 글쓰기 창작소는 비북스에서 3년째 이어온 글쓰기 모임의 연장선으로 운영된 것이다. 모임을 통해 완성한 작품들은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개최한 ‘경기히든작가 공모전’에서 2020년과 2021년 연속으로 수상작에 오르기도 했다. ‘금사빠(금요일에 사람들과 이야기에 빠지는 모임)’라는 이름의 모임이 대표적이다. 에세이나 소설 형식으로 글을 쓴 다음, 각자의 글을 낭독하며 서로의 감상평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김 대표는 "특히 낭독하며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다"라며 "글쓰기를 통해 필력만 키우는 게 아니라 마음속 응어리를 풀며 스스로 성장하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모임을 소개했다.

김성대 비북스 대표. 박지영기자
김성대 비북스 대표. 박지영기자

-책슐랭들의 맛집, 누군가의 아지트=비북스는 책의 맛을 탐닉하는 ‘책슐랭’들의 맛집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임을 통해 온전히 ‘나’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의 아지트로 활용된다. 책을 매개로 한 새로운 만남과 활동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이곳의 매력은 앞으로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누군가의 삶이 내일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방의 불을 밝히고 있어요. 책, 특히 문학이 주는 즐거움을 좀 더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문학 놀이터’로 확실히 자리 잡고 싶습니다."

박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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