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보정동에 자리한 ‘북살롱벗’은 책을 좋아하는 다섯 명의 ‘벗’이 모여 다양한 문화 활동을 펼치는 공간이다. 지난 2020년 문을 연 이후 3년째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섯 명의 책방지기 중 두 명은 현재 해외에 나가 있는 상태로 세 명의 책방지기가 돌아가며 책방 손님을 맞이하는 중이다.

용인 보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북살롱벗. 사진=박지영기자
용인 보정동 주택가에 위치한 북살롱벗. 사진=박지영기자

◇북+살롱+벗=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북살롱벗’에는 책과 문화 활동을 위한 사교 모임, 벗(友)이 있다. 그리고 책방명(Book Salon But)의 ‘벗’을 ‘but’으로 표기한 것은 음차를 활용해 ‘친구’를 연상케 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사실 북살롱벗은 도서관의 확장 개념으로 마련한 공간이다. 책방지기들은 북살롱벗을 열기 전, 마을에 학교 도서관 외 이용할 도서관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자신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작은도서관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해 조성한 작은도서관은 이들의 노력으로 잘 정착해 현재 마을의 소중한 공간이 됐다. 이후 책방지기들은 각자 펼치고 싶은 활동을 위해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을 공감했고, 그렇게 뜻을 모아 꾸리게 된 곳이 ‘북살롱벗’이다. 박희정 대표는 "우린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실행에 옮기는 편"이라며 "즉흥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 같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다. 북살롱벗이 동네의 하나뿐인 책방으로 사랑받게 되면서 뭐든 해봐야겠다는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라고 말했다.

북살롱벗이 최근 운영한 ‘K-art 살롱’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북살롱벗
북살롱벗이 최근 운영한 ‘K-art 살롱’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북살롱벗

◇가지각색의 책과 모임=여러 명의 책방지기가 공간을 꾸려나가는 만큼 서가를 채운 책의 종류도 다양하다. 시, 소설, 에세이, 고전, 인문, 동화, 그림책, 독립출판물 등등 2천 여권의 책들이 종류별로 분류돼 있다. 그중 미술과 음악 등 예술 관련 서적이 눈에 띈다. 박 대표는 "실제론 소설책이 다수인데 다른 독립서점에 비해 예술 관련 책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예술 서적 전문점으로 알고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며 "두 명의 책방지기가 미술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꾸준히 들여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 서적이 많은 점은 자연스럽게 지역 예술가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들과 함께 모임을 구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세 명 책방지기들의 역할이자 기쁨이다. 지역 주민들 혹은 책방지기로 함께 일하는 벗들과 하고 싶은 일은 무궁무진하다. 박 대표는 "책방지기 모두 아이디어가 넘쳐난다"며 "해외에 있는 두 명의 책방지기가 돌아와 다섯 명 모두가 모이게 되면 얼마나 더 재밌는 일이 펼쳐질지 생각만 해도 즐겁다"고 말한다.

북살롱벗은 때로 클래식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사진은 아르케컬처의 ‘뮤지카클래시카’ 공연 모습. 사진=북살롱벗
북살롱벗은 때로 클래식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사진은 아르케컬처의 ‘뮤지카클래시카’ 공연 모습. 사진=북살롱벗

◇마을 주민들이 응원하는 책방=북살롱벗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책방지기별 단골손님이 생기기 시작했다. 각 책방지기의 개성을 알아보고 자신과 잘 맞는 책방지기가 책방을 지키는 날에 맞춰 이곳을 찾는 손님이 있다는 것도 북살롱벗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책방지기 저마다의 개성은 이곳에서 펼치는 활동들에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여럿이 함께 운영하는 협동조합으로서의 장점을 강조하며 "처음부터 우리가 만든 공간에서 각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자고 책방을 열었다. 함께하며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됐고, 각자 잘하는 부분이 퍼즐 조각이 돼 서로 자리를 찾아가며 훨씬 많은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살롱벗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교류에 있어 중요한 축으로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펼치는 활동에 참여한 이들이 책방지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이를 증명한다. "동네에 이런 곳이 있어 정말 좋아요. 제발 사라지지 마세요."

박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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