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누구나 단어는 들어보았지만 그 개념을 자세하게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혹자는 페미니즘 관련 이슈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책방이 있다. 바로 안산의 ‘책방 펨’이다. 올해로 다섯 해를 맞이한 책방 펨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한다.

◇‘책방 펨’은 어떤 공간인가=안산 책방 펨은 지난 2017년 12월 문을 연 서점이다. 책방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페미니즘이 주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페미니즘 관련 에세이, 소설, 학문 서적 등이 서가를 채우고 있으며 서점 한편에는 중고서적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곱 명의 책방지기로 시작해 현재는 네 명이 돌아가면서 책방을 지키고 있다. 책을 비롯해 음료, 중고 도서 등을 판매하며 페미니즘 관련 프로그램도 다수 진행한다. 페미니즘 책방이라고 해서 여성에 국한된 주제만 다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방지기 지하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시는 페미니즘의 영역보다 넓혀서 다루고 있다"며 "기후, 환경 관련된 강연을 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5년이라는 시간동안 책방지기들과 손님들 사이엔 수없이 많은 기억들이 쌓였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순간을 얘기해달라는 요청에 책방지기는 ‘오픈식’이라고 답했다.

"안산에는 4·16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만든 합창단이 있어요. 2017년 12월 서점을 열 때 그분들을 초청해서 공연을 했거든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시간을 내서 와주셨죠. 공연을 보는 동안 눈물이 났어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죠. 또, 저희가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강연이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 기운이 납니다."

◇페미니즘, 무서워하지 마세요=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누군가는 우리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누군가는 ‘한국 페미니즘은 잘못됐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갈등이 격해지다보니 페미니즘 자체를 불편해하는 이들도 생셨다. 책방지기는 페미니즘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지하 씨는 "책방 이름에 페미니즘이 드러나다보니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저희 책방은 불편한 곳이 아니다. 페미니즘이란 단어에 부담스러워 하지 마시고 편하게 오셔서 구경하시고 커피 한 잔 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책방지기의 추천도서=그렇다면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지하 씨는 로즈마리 퍼트넘 통이 지은 ‘페미니즘 사상’을 꼽았다. 다양한 페미니즘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이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더라도, 페미니즘에 관심 없던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책방지기는 말한다. 실제로 책방 펨의 세미나 주제 도서로 활용하기도 했다.

◇어떤 서점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저희가 돈을 벌기 위해 책방을 연 것은 아니거든요. 지역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열었습니다. 특히나 페미니즘을 다루고 싶었죠. 안산 지역이 페미니즘과 친숙해 질 수 있으면 좋겠고, 그 역할을 하는 공간이 ‘책방 펨’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유진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