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책·남편은 커피에 진심인 곳...고객맞춤 추천
그림책에도 깊은 애정…그림책모임 맛집으로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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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앤보울 전경. 사진=박지영기자

지난해 3월 오산 외삼미동에 문을 연 하프앤보울은 시원한 통창과 짙은 청록색 문,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 파스텔톤 가구 등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북카페다. 이곳에선 책방지기 아내와 카페지기 남편이 각자 꿈꿔온 삶을 한 공간에서 그리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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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앤보울 내부. 사진=홍기웅기자

◇내면의 소리 그리고 그릇=북카페명의 ‘하프(harp)’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영혼의 소리’를, ‘보울(bowl)’은 ‘그릇’을 의미한다. 책방지기인 박지애 대표는 "나의 그릇은 ‘책’이고 남편의 ‘그릇’은 커피"라며 "각자의 그릇에 진심을 가득 담아 책을 추천하고 커피나 음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곳의 다양한 책과 음료, 디저트는 단순히 판매 품목이 아니라,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매개체다. 책을 통해 책방지기와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모임이 이뤄진다. 특히 책방지기가 마련하는 모임의 시간에선 ‘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감동의 시간을 체험하기도 한다. 카페지기와는 자신에게 잘 맞는 커피의 종류를 추천받으며 대화를 나누거나, 일행과 한바탕 수다로 힐링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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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앤보울을 운영하는 책방지기 박지애 대표(오른쪽)와 카페지기 김덕현 대표. 사진=박지영기자

◇책의 세상으로 가는 징검다리=책과 가까이하고 싶어도 경험이 없어 책방 문을 열기가 부담스러웠던 이들은 하프앤보울을 통해 책과 서서히 가까워지는 경험을 한다. 커피전문점이기도 한 이곳의 특성상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공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은 책의 세상으로 안내하는 징검다리가 된다. 박 대표는 "책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나 책방 방문을 어려워하던 사람이 카페 이용을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자연스럽게 책에 물들어 가는 것을 보면 책방지기로서 뿌듯함을 느낀다"며 "책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을 책의 세상에 유입할 수 있다는 게 이곳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책방지기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각자에게 필요한 양식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노력하고 이를 어떠한 형태로 제공할지 늘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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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한 그림책 독서놀이 진행 모습. 사진=하프앤보울

◇#독서모임 #그림책서점=하프앤보울을 경험한 이들은 온라인 채널에 이곳을 자랑하기 바쁘다. 이들이 소개글에 태그로 달아둔 단어 가운데 ‘독서모임’과 ‘그림책서점’이 눈에 띈다. 이미 인근 지역에선 독서 모임을 하기 좋은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고, 자체 모임도 여럿 운영되고 있다. 책방지기의 그림책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에 그림책 서점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책방 오픈 초기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주제로 모임을 만들고, 아이와 어른을 위한 그림책 관련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해 그림책의 매력을 전달해왔다. 박 대표는 "첫아이가 아기였을 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저 아이를 위한 책이라고 여겼던 그림책을 통해 오히려 어른인 내가 위로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그림책방을 꿈꿨다고 말했다. 책방을 열게 된 배경에 그림책이 있었던 만큼 오픈 초기엔 그림책의 비중이 높았지만, 개인 취향을 강하게 강조하기보다는 적당히 동네에 묻어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양한 장르의 책을 서가에 들이기 시작했다. 모임이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주제의 폭을 넓히며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박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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