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는 ESG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24년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천명하였고, 미국을 비롯한 여타의 주요 국가들 역시 ESG 공시 의무 법제화에 잰걸음을 걷고 있다.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 있는 ESG 경영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우리나라도 2025년까지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가, 2030년까지 모든 상장사가 ESG 경영을 공시해야 한다. 이처럼 전 세계가 ESG 경영을 채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경영활동에서 환경적·사회적 책임을 고려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도록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는 개념이다. 2000년대 초반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정립된 이 개념은 최근 들어 주요 금융기관들의 중요 투자결정 기준으로 고려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투자결정에 있어 전통적 중요 기준이었던 재무적 성과보다 비재무적 지표인 ESG의 비중이 커지게 된 데에는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이 있다. 이 위기들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의 적극적 ESG 경영 이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ESG 경영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빠른 ESG의 확산은 평가방식과 지표의 난립이라는 과도기적 문제점도 드러내고 있다. 기업 지속가능경영 보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국제기구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가 내놓는 ‘GRI 스탠다드’가 ESG 평가에 널리 활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ESG의 범위, 평가지표와 방식에 있어 세계적 표준은 없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국내에만 30여 개의 평가기관이 있고, 동일한 기업에 대한 평가결과도 각 기관별로 천차만별이어서 기업들의 ESG 경영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더 큰 위협요인이 된다.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20%가 ESG 평가를 요구 받은 적이 있다고 했지만, 명확한 평가기준을 제공받은 기업은 26.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국내외 평가기관의 ESG 지표와 항목을 분석하여 61개 핵심항목으로 추린 K-ESG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말 발표했다. ESG 자가진단 플랫폼도 제공하여 기업 스스가 ESG 경영 수준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을 통해 표준화된 ESG 체계를 확산하기 위해 공공기관 ESG 의무화 입법도 추진 중 이다. 필자가 속한 경기도도 올해 처음 중소기업 ESG 경영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ESG 표준화와 저변확대를 위해 도내 중소기업의 ESG 진단평가와 관련 교육을 지원했고, 지자체 최초로 ‘공공기관 ESG 매뉴얼’을 마련했다. 내년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ESG 지표를 포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ESG 확산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ESG 확산 속도는 빠르고, 대응을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이런 일반적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대응이 부족하거나,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절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다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현장의 기업 수요에 기반한 지원을 통해 ESG를 중소기업의 위기 요인에서 성장 기회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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